톨스토이 쓸쓸한 서거 100주년…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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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폐렴으로 숨 거둔 작은 시골역서 조촐한 추모행사
비폭력 사상 등 러 현실과 안맞아… 기념전 하나 안열려

러시아가 낳은 대문호이자 평화주의자인 레프 톨스토이(1828∼1910·사진)가 20일로 서거 100주년을 맞았다.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 ‘부활’ 등의 명작을 쓴 톨스토이는 1910년 11월 20일 모스크바에서 남쪽으로 약 370km 떨어진 리페츠크 주의 작은 시골역 ‘아스타포보’에서 폐렴으로 숨을 거뒀다. 그는 숨지기 10일 전 무소유와 청빈의 삶을 실천하기 위해 단돈 50루블만 지닌 채 48년간 함께 산 부인과 함께 집을 떠나 구도 여행에 나섰지만 기차에서 감기에 걸려 뜻을 이루지 못했다.

토요일이던 20일 이 작은 역사에는 수백 명의 추모객이 모여 단출한 행사를 벌였다. 새로 수리된 역사 개관식, 톨스토이 기념비 헌화식 등이 이어졌다.

하지만 톨스토이의 위상에 비추어볼 때 그의 서거 100주년 행사는 너무 조용하게 진행되는 분위기이다. 그가 숨진 20일 러시아 국영 TV 방송 중 황금시간대에 특집방송을 내보낸 곳은 한 곳도 없었고 주요 국립박물관에선 기념전조차 열리지 않았다.

알렉산드르 푸시킨 탄생 200주년을 맞았던 1999년 러시아가 대대적으로 기념하며 ‘푸시킨의 날’까지 공식 지정한 것과 너무 대조되는 침묵이다.

그 이유에 대해 톨스토이가 오늘날 너무 무겁고 교화적인 인물로 여겨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가 전파하려던 비폭력 금욕 재산상속 거부 등은 당시로서 너무 시대를 앞서 나간 것이고 특히 재벌들이 돈버는 데 혈안이 된 러시아에선 100년이 지난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AFP통신은 분석했다. 최근 톨스토이 평전을 펴낸 러시아 문학평론가 파벨 바신스키 씨는 “사회가 극단적으로 부유한 사람과 나머지 거대한 규모의 빈자로 나뉠 때 혁명이 도래한다는 톨스토이의 지적은 오늘날 러시아에 섬뜩한 메시지를 준다”고 설명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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