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창식-김세환씨와 ‘세시봉 콘서트’ 여는 윤형주씨
동아방송에서 라디오 DJ… 동시간대 방송 평정
요즘 가요들 너무 직설적… 감동줘야 생명력 지녀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통기타 문화가 꽃을 피운 채널이 동아방송이었죠. 그 문화는 공동체적 성격을 갖고 있어요. 합심하고, 나누고….”
최근 한 방송사의 예능 프로그램에 1960, 70년대 통기타 문화의 산실인 ‘세시봉’이라는 이름으로 송창식 김세환 조영남 씨와 출연해 화제를 모은 윤형주 씨(63·사진)의 말이다. 연말 디너쇼 ‘세시봉 콘서트’ 준비와 사업으로 바쁜 그를 12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가수로 활동하면서 1971년부터 서울 세종로의 동아일보 옛 사옥 4, 5층에 있던 동아방송 스튜디오에서 ‘0시의 다이얼’을 진행했다.
“매일 오후 11시 25분부터 다음 날 오전 1시까지 라디오 DJ를 맡아 그 시간대 방송을 ‘평정’했어요. 방송이 끝난 뒤 기자들과 동아일보 차를 타고 통행금지 바리케이드를 이리저리 피해 집에 가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송창식 씨와 ‘트윈 폴리오’ 활동 이후 다시 학생으로 돌아갔던 그는 ‘0시의 다이얼’을 시작한 이후 솔로 곡들을 내기 시작했다. ‘바보’ ‘우리들의 이야기’ ‘조개껍질 묶어’ 등이 이때 나왔다.
스스로를 ‘동아인’으로 칭하는 윤 씨는 “동아방송은 정치적으로 억눌려 있던 시절 음악을 통해 ‘젊은 문화’를 만들어갔다”면서 “지금도 동아방송 창립 기념일 등의 행사에 꼬박꼬박 참석한다”고 말했다.
그의 얘기는 다시 세시봉 멤버들에게로 향했다.
“TV 출연 이후 많은 사람들이 감동받았다고 말해 오히려 가슴이 찡했어요. 길에서 만난 10대, 20대 애들이 사인해 달라는 거예요. 그래서 ‘날 아니?’라고 물었더니 방송을 봤다며 그 덕에 오랜만에 부모와 대화했다고 하더군요.”
그는 멤버들을 떠올리며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세환이는 곡을 못 쓴다”라고 운을 뗀 그는 “내가 곡을 만들어 기타를 치며 부르면, 듣고 있던 세환이가 ‘와, 그 노래 좋다. 그거 나 줘’라고 말한다. 나랑 송창식 이장희가 아낌없이 곡을 줬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나온 노래가 ‘좋은걸 어떡해’ ‘사랑하는 마음보다’였다.
윤 씨는 “지금 같으면 히트할 예감이 오는데 그냥 달라고 해서 줬겠느냐”라며 “하지만 우린 바라는 것 없이 무조건 도와줬다”고 말했다.
서정적 가사로 사람들의 마음을 울린 그는 요즘 가요를 들으면 아쉬울 때가 많다고 한다. “짝사랑이란 말이 아예 사라졌더군요. 때론 오래 기다리고 고뇌하는 게 사랑인데 지금 노래를 들어보면 직설적이고 급해요. 심지어 욕도 나오고….”
말끝을 흐리던 그는 “메시지와 감동이 없는 노래는 생명력을 가질 수 없다. 노래를 소모품처럼 여기고 자극적 내용만 넣는다면 찰나에 반짝하겠지만 오래갈 수 없다”고 덧붙였다. 연말 콘서트는 이상벽 씨의 사회로 송창식 김세환 씨도 출연한다.
“색색의 볼펜으로 정성스럽게 꾸민 엽서를 보내던 그때 그 팬들과 옛날 이야기를 하며 공연할 생각입니다. 고단한 삶을 보낸 우리 세대를 음악으로 위로하고 싶어요.” 12월 21, 22일 서울 그랜드힐튼호텔. 02-517-0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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