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김장 10년… 77만 포기에 행복 버무려

  • Array
  • 입력 2010년 11월 17일 03시 00분


코멘트

야쿠르트 아줌마 이서원씨 제안해 부산서 처음 시작

16일 오후 1시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하얀색 배추가 서서히 빨간색 ‘김치’로 물들어 가는 과정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서울광장을 가득 메운 살구색 유니폼의 ‘야쿠르트 아줌마’들. 총 2000명의 아줌마는 4시간 동안 배추 6만 포기에 빨간색 양념을 버무리기 바빴다.

한국야쿠르트가 불우이웃을 돕기 위해 2001년부터 열어온 ‘사랑의 김장나누기’ 행사가 올해로 10회째를 맞았다. 서울광장 행사에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기락 한국야쿠르트 사장도 참석했다. 서울과 충남 논산에서 동시에 열린 행사에서 각각 6만 포기씩 총 12만 포기의 김치를 담갔다. 이 김치는 홀몸노인, 소년소녀 가장 등 불우이웃 2만5000가구에 전달된다.

이날 행사장에서 한 배달원 아줌마가 오 시장, 양 사장과 함께 사진을 찍으며 주목을 받았다. 부산 남구 대연점에 근무하는 이서원 씨(63). 2001년 이 행사를 제안한 주인공이자 10회 연속 행사에 참가한 유일한 아줌마다. 지난해까지 부산에서 배추를 버무린 이 씨는 올해 특별히 서울 행사에 초청을 받아 15일 밤 KTX 열차를 타고 상경했다.

“‘사랑의 김장나누기’ 행사는 이제 성숙한 어른이 된 것 같아요. 매년 야쿠르트 유니폼 입고 배추 버무리는 모습을 다들 좋아해 주시니까요.”

시작은 소박했다. 10년 전 이 씨는 야쿠르트를 배달하면서 힘들게 살아가는 홀몸노인 부부와 종종 마주쳤다. 이 씨는 집에서 담근 김치를 가져다 드렸다. 그릇을 찾으러 가자 어르신들은 고맙다며 이 씨에게 90도로 인사했다. “김치 몇 포기에 이렇게 기뻐할 줄은 몰랐다”는 이 씨는 곧바로 지점장을 찾았다. 마침 사회공헌 활동 아이디어를 찾고 있던 지점장은 이 씨의 말을 듣고 부산 전체 영업장에서 야쿠르트 아줌마 500여 명을 불러 모았다.

한국야쿠르트가 불우이웃을 돕기 위해 2001년부터 열어온 ‘사랑의 김장나누기’ 행사가 올해로 10회째를 맞았다. 16일 오후 1시 서울광장에서 열린 행사에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기락 한국야쿠르트 사장, 야쿠르트 아줌마 2000명이 참가했다. 이날 서울광장에서 6만포기, 같은 시간 충남 논산에서도 6만 포기가 만들어졌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한국야쿠르트가 불우이웃을 돕기 위해 2001년부터 열어온 ‘사랑의 김장나누기’ 행사가 올해로 10회째를 맞았다. 16일 오후 1시 서울광장에서 열린 행사에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기락 한국야쿠르트 사장, 야쿠르트 아줌마 2000명이 참가했다. 이날 서울광장에서 6만포기, 같은 시간 충남 논산에서도 6만 포기가 만들어졌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처음엔 그저 우리끼리 여는 잔치였죠. 배달도 우리가 직접 동네를 돌아다니며 이웃에게 드리곤 했습니다.”

김치로 불우이웃을 돕는다는 소식은 곧바로 전국으로 퍼졌다. 2004년에는 서울 인천 등 수도권에서도 김치 담그기 행사가 열렸다. 이듬해부터는 대구 광주 대전 등으로 확대됐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신종 인플루엔자 감염 우려 때문에 논산에서만 행사가 열렸다. 올해는 배추값 폭등으로 재료값이 많이 들어 서울, 논산에서만 행사를 진행했다. 행사 비용 12억 원은 한국야쿠르트 사내 봉사단체인 ‘사랑의 손길펴기회’에서 모금해 마련했다.

10년 동안 야쿠르트 아줌마들이 담근 김치는 77만1000포기, 김치를 받은 곳만 17만4000가구에 이른다. 양 사장은 “앞으로 누구나 ‘나눔’의 의미를 함께 느낄 수 있게 하기 위해 일반인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행사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야쿠르트 아줌마 총출동! ‘사랑의 김장나누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