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서울회의 성공개최 성공적 뒷받침 박수 받는 자원봉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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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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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첫 개최에 행사진행 도와 가슴 뿌듯, 한국이 유명해지며 제 꿈도 훌쩍 자랐죠”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미디어센터 자원봉사자들을 관리하고 기자회견 등을 기획하고 준비했던 5명의 매니저. ① “G20 서울회의는 대한민국 남자의 자존심을 살려줬다”는 황대윤 씨(오른쪽). ② 한국이 개발도상국의 롤 모델이 됐다고 평가한 장률 씨(오른쪽). ③ G20 회의를 통해 유엔 같은 국제기구 진출의 꿈을 더욱 키웠다는 남해진 씨(오른쪽). ④ 일본도 중국도 아닌 서울에서 아시아 지역 최초의 G20 회의가 열린 것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박지현 씨(가운데). ⑤ 이번 회의를 통해 한국이 녹색성장의 대표국가가 될 것이란 믿음이 생겼다는 김태응 씨(오른쪽).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미디어센터 자원봉사자들을 관리하고 기자회견 등을 기획하고 준비했던 5명의 매니저. ① “G20 서울회의는 대한민국 남자의 자존심을 살려줬다”는 황대윤 씨(오른쪽). ② 한국이 개발도상국의 롤 모델이 됐다고 평가한 장률 씨(오른쪽). ③ G20 회의를 통해 유엔 같은 국제기구 진출의 꿈을 더욱 키웠다는 남해진 씨(오른쪽). ④ 일본도 중국도 아닌 서울에서 아시아 지역 최초의 G20 회의가 열린 것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박지현 씨(가운데). ⑤ 이번 회의를 통해 한국이 녹색성장의 대표국가가 될 것이란 믿음이 생겼다는 김태응 씨(오른쪽).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폐막 직후인 12일 오후 9시경 코엑스 미디어센터에서 성공적인 대회 개최를 자축하며 주먹을 불끈 쥐고 “파이팅”을 외치는 자원봉사 매니저 5인방. 왼쪽부터 황대윤, 장률, 남해진, 박지현, 김태응 씨.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폐막 직후인 12일 오후 9시경 코엑스 미디어센터에서 성공적인 대회 개최를 자축하며 주먹을 불끈 쥐고 “파이팅”을 외치는 자원봉사 매니저 5인방. 왼쪽부터 황대윤, 장률, 남해진, 박지현, 김태응 씨.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내 나라 대한민국에 존경심을 느껴요.”(장률)

“내 자신이 ‘민간 외교관’이라고 생각하니 행동 하나하나를 조심하게 되더군요.”(김태응)

“몇십 년 뒤 내 손자 손녀에게 ‘이 할머니는 역사적인 G20 현장에 있었다’고 자랑해야죠.”(남해진)

“‘서울 액션플랜’ ‘코리아 이니셔티브’라는 말이 정말 멋있어요.”(박지현)

“G20 자원봉사를 하면서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싶다’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어요.”(황대윤)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기간(11, 12일) 서울 코엑스 1층에 마련된 미디어센터에서 국내외 기자 총 4200여 명을 상대했던 20대 자원봉사 매니저 5명이 털어놓은 소감이다. 장률(21·여·한국외국어대 아프리카학부 4학년), 김태응(26·미국 뉴저지주립대 토목공학 4학년), 남해진(26·여·동국대 국제통상학과 졸업), 박지현(22·여·하버드대 경제학과 3학년), 황대윤 씨(24·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생물학과 졸업·미국 국적).

이들은 한결같이 10 대 1 이상의 경쟁률을 뚫은, 이른바 스펙(취업능력) 좋은 엘리트이다. 그러나 보도자료 복사, 문서 배달 같은 허드렛일부터 개성 강한 기자들 간의 자리다툼 중재, 각국 정상들의 기자회견 지원까지 ‘일당백’의 역할을 해야 했다. G20 서울 정상회의 폐막 직후인 12일 오후 9시경 코엑스 미디어센터에서 이들 5명의 ‘가슴 벅찬 G20 이야기’를 들어 봤다.

―왜 G20 회의의 자원봉사자가 됐나.

“(김태응) 미국에서 ‘전화 면접’을 보고 G20 서울 회의의 일원이 됐다. G20 정상회의는 올림픽이나 월드컵보다 더 국제적인 행사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좋은 경험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장률) 전공이 아프리카다. 선진국이 아닌 후진국에 대해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G20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하이 서울 페스티벌 등에서 봉사활동을 한 적이 있다.”

“(남해진) 공직자인 아버지를 따라 독일에서 총 10년간 거주했다. ‘나라로부터 받은 혜택을 언젠가는 돌려주고 싶다는 마음’이 늘 있었다. ‘국가 대 국가의 일’을 하고 싶었다. 최근 좋은 민간회사를 그만둔 것도 같은 이유다.” 남 씨는 현대제철 설비구매팀에서 4년간 근무했고, 지금은 유엔 진출을 목표로 해외유학을 준비 중이다.

―G20 정상회의는 국가 중대사였지만 일반인의 관심을 끌기는 쉽지 않은 어려운 회의이기도 하다. G20 서울 회의가 여러분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

“(박지현) 유학생활을 하면서 ‘한국은 힘없는 나라’로 느껴질 때가 있다. 그래서 G20 회의가 아시아 지역에서 처음 열리는데 중국도 일본도 아닌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데 엄청난 자부심을 느꼈다. 외신에서 ‘어떤 G8 회의보다 G20 서울 회의가 제대로 진행됐다’는 평가를 봤을 때 정말 뿌듯했다.”

“(황대윤) 중학교 3년 정도를 제외하면 계속 미국에서 살았다. 솔직히 미국 사람 중에서는 한국이 어떤 나라인지도 모르는 사람이 많다. 몇몇 미국 친구들에게서 ‘삼성은 일본 회사 아니냐’ ‘현대는 (일본) 혼다의 짝퉁 아니냐’는 말도 듣곤 했다. G20은 대한민국 남자의 자존심을 살려줬다.”

“(남해진) 아버지는 종종 88 서울 올림픽 때 자원봉사자로 참가했다는 얘기를 하곤 했다. 나도 엄마, 할머니가 됐을 때 내 아이들과 손자 손녀들에게 ‘아시아에서 열린 첫 G20 회의의 현장에 있었다’고 자랑하고 싶다.”

―G20 회의는 주요 정상들이 모이는 화려한 행사지만 자원봉사자들이 하는 일은 결코 화려하지 않을 것 같다.

“(박지현) 맞다. 정말 큰 국제행사고 멋있어 보이지만 내가 하는 일은 ‘노가다(막일)’라고 해도 좋을지 모르겠다.(웃음) 보도자료 같은 각종 문서가 담긴 상자를 날라야 하는데 좀 힘들었다. 그래서 혼자 상자를 싣고 나르던 손수레에 가장 정이 많이 들었다. 하지만 그 상자 안에 ‘서울 정상회의 공동성명서’ 같은 역사적 문건이 담겨 있다는 사실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다.”

12일 오후 4시경 공동성명서가 미디어센터에 배포됐을 때 각국의 기자 수백 명은 1초라도 먼저 성명서를 확보하기 위해 센터 내 문서실 쪽으로 우르르 몰려들었다. “성명서는 반대편에 있어요”라는 박 씨의 한마디에 기자들은 방향을 바꿔 달려 나갔다. 박 씨는 “가장 재미있고 인상적인 장면이었다”고 했다.

“(장률) 프랑스 영국 호주 정상들이 기자회견을 할 때 질문할 기자에게 마이크를 전달하는 ‘사소한 일’을 했어요. 그래도 세계를 움직이는 유명한 인사들과 한 방에서 호흡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매우 기쁘고 행복했어요. 이런 큰 행사에 어린 내가 작은 도움이라도 제공할 수 있다는 것 자체에 만족감을 느끼게 됐어요.”

―회의 기간 잊혀지지 않는 일화가 있다면…. 보람을 느꼈거나 반대로 실수해서 낭패를 봤거나….

“(김태응) 스페인 재무장관의 브리핑이 예정돼 있었는데 그가 일정상 이유로 예정시간에 도착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스페인 측 관계자가 발을 동동 구르며 ‘어떻게 방법이 없겠느냐’고 사정했다. 내가 상사에게 부탁해서 어렵게 기자회견 시간을 늦췄다. 그 스페인 관계자가 나중에 일부러 찾아와 ‘당신 덕분에 회견을 잘 마쳤다’며 무척 고마워했다.”

“(황대윤) 미디어센터는 먼저 온 기자에게 자리를 선택할 기회를 주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그런데 (이런 사실을 잘 모르는) 미국 기자단 70여 명이 함께 작업하려고 스페인 기자들이 잡아 놓은 자리에 앉아버렸다. 이게 양국 기자단의 감정싸움으로 확대됐다. 결국 미국 기자들을 무선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간이 브리핑 공간으로 안내하면서 간신히 사태가 진정됐다. 진땀나는 상황이었다.”

“(남해진) 지난달 경주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때 한 독일 기자의 취재 등록을 도와준 적이 있다. 그런데 서울 회의 때 한 외신기자에게 길 안내를 해줬는데 그분이 내 이름을 보더니 ‘혹시 경주 때의 그 남 씨 아니냐’며 알아보고는 정말 반가워했다.”

―기존 회의와 차별화되는 G20 서울 정상회의만의 자랑거리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황대윤) 외신기자들이 ‘지난번 캐나다 토론토 회의 때는 회의장과 미디어센터가 떨어져 있어서 정말 불편했는데 이번 회의는 모든 시설 면에서 완벽하다’고 칭찬을 많이 했다.”

“(김태응) 빠르고 정확한 한국 사람들이야말로 최고의 자랑거리이고, ‘코리아 브랜드’라고 생각한다. 자원봉사자들도 야근 수당 같은 것이 없는데도 밤늦게까지 모두 열심히 일했다.”

“(장률) 한국이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세계 모두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는 국가’라는 인식을 줬다. 다른 개발도상국들의 ‘롤 모델’이 됐다. 그런 한국을 바라보며 존경심을 느꼈다.”

―G20 전과 후, 여러분의 인생은 어떻게 달라졌나. 꿈과 진로에 변화가 왔나.

“(장률) 이명박 대통령,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눈앞에서 직접 본 것은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다. G20 서울 회의의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면서 정치 경제 등 어려운 주제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이런 대형 회의를 준비하는 컨벤션 분야에서 일하고 싶어졌다.”

“(김태응) 전공(토목공학) 때문에 그린 에너지 분야에 관심이 많다. G20 회의에서는 환경문제를 많이 다루진 않았지만 행사장의 모든 기물과 외벽 등에 재활용 자재를 이용하고 나중에 재활용까지 한다고 들었다. 한국이 녹색성장의 대표국가가 될 것이란 가능성을 봤다.”

“(남해진)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은 풍요로운 시간이었다. 유엔 같은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싶지만 궁극적으로는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 더 많은 꿈을 꾸고 싶다.”

“(박지현) 한국이 세계 경제위기 해결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중심 국가 중 하나가 됐다는 사실에 자긍심을 느낀다. 이런 세계적 회의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지켜볼 수 있었던 것은 앞으로 귀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황대윤) 의학전문대학원 진학을 준비 중이었다. 그런데 G20 회의를 보면서 ‘세상 사람들을 도우면서 국제적인 업무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세계보건기구(WHO) 진출이란 새롭고, 구체적인 인생의 목표가 생겼다.”

G20 서울 정상회의가 이들 젊은 5명의 가슴에 심어놓은 꿈과 희망이야말로 회의의 최대 성과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 이 기사 작성에는 동아일보의 ‘G20 대학생리포터’인 김영준(인하대 국제통상학부 3학년), 서윤심(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 3학년), 윤지영(서울대 의류학과 4학년), 이채림(고려대 중어중문학과 2학년), 조정희(연세대 법학과 4학년), 하헌우 씨(연세대 심리학과 1학년)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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