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보며 독학… 빈민가서 핀 피아노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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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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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 김지은 양, 베트남국립 오케스트라와 내년 1월 카네기홀 무대에

내년 1월 미국 카네기홀에서 베트남국립오케스트라와 협연에 나서는 김지은 양. 어려운 가정 형편 탓에 학교도, 피아노학원도 가지 못했지만 유튜브 동영상을 보며 홀로 피아노 연습을 한 끝에 카네기홀 무대를 밟게 됐다. 사진 제공 에이치스엔터테인먼트
내년 1월 미국 카네기홀에서 베트남국립오케스트라와 협연에 나서는 김지은 양. 어려운 가정 형편 탓에 학교도, 피아노학원도 가지 못했지만 유튜브 동영상을 보며 홀로 피아노 연습을 한 끝에 카네기홀 무대를 밟게 됐다. 사진 제공 에이치스엔터테인먼트
이국땅인 베트남에서 유튜브 동영상을 보며 홀로 피아노를 연습한 16세 소녀가 베트남 국립오케스트라와 함께 내년 1월 미국 카네기홀 무대에 선다.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학교도, 피아노학원도 다니지 못했지만 음악에 대한 애정과 피나는 연습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것.

8일 서울 홍익대 앞의 연습실에서 만난 김지은 양은 “카네기홀에 가는 게 사실 실감이 안 나요. ‘아∼, 진짜 하는구나’라는 생각 정도죠”라며 웃음을 지었다.

김 양은 베트남 국립오케스트라와 내년 1월 8일 카네기홀에서, 10일 링컨센터에서 협연한다. 김 양의 아버지가 2월 카네기홀에 공연을 타진했고, 그의 가능성을 높게 본 카네기홀이 4개월간의 심사 끝에 공연장을 내줬다. 이 과정에서 베트남 국립오케스트라에 협연 요청을 해 승낙을 받았다.

김 양은 사업을 하는 아버지를 따라 2007년 2월 베트남으로 이민을 갔다. 한국에선 네 살 때부터 피아노를 시작해 전국 단위 피아노 콩쿠르에서 초등부 대상을 받기도 했지만 베트남으로 간 뒤 가세가 기울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학교도, 피아노학원도 다니지 못하고 베트남 호찌민 시의 빈민가 단칸방에서 ‘나 홀로 연습’에 매진했다. 인터넷에서 영상으로 대하는 대가들이 ‘선생님’이었다.

“피아노를 치면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매일 유튜브 동영상을 보면서 대가들의 주법을 따라했죠. 특히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호로비츠나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연주를 많이 봤어요.”

방음이 잘 되지 않는 단칸방에서 하루 6∼8시간 피아노를 연주하자 옆집에서 망치로 벽을 치며 시끄럽다고 항의하기도 했다. 그럴 때면 담요 두 장으로 피아노를 덮어 소리를 줄인 뒤 연습을 계속했다. 2007년 8월 현지 교민 행사에서 연주회를 열며 교민 사회에 알려졌고, 2009년 12월 호찌민 시에서 열린 한국-베트남 교류음악콘서트에서 호찌민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했다.

신수정 서울대 음대 명예교수는 “2월 서울에서 김 양을 봤는데 독학으로 그 정도 실력을 가졌다는 게 놀라웠다. 좋은 환경에서 정식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면 훨씬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양의 꿈은 소박하다. 음대에 진학해 체계적인 교육을 받고 싶다는 것. 지난해 독학으로 고입, 대입 검정고시를 통과했다. “카네기홀 연주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뒤 정식으로 음악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꼭 갖고 싶어요.”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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