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불안정 소년범에 상담 주선… 소설 같은 반전…상담 3개월 만에 웃음 찾아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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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를 훔쳐 한 차례 법정에 선 전력이 있는 원호(가명·15)는 무면허로 오토바이를 운전해 올해 초 다시 서울가정법원을 찾았다. 법원의 소년사건 전문조사관과 대면하는 날 트레이닝복에 모자를 쓰고 면담에 나온 원호는 “모자를 벗고 이야기하자”는 조사관의 말에 화를 벌컥 내며 그대로 자리를 박차고 뛰어나갈 정도로 감정이 불안정한 아이였다.

담당 재판부인 서울가정법원 소년1단독 김귀옥 부장판사는 법정에서 원호와 대화를 나누면서 원호가 어려운 집안 형편과 ‘틱 장애’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재판부는 원호의 범행이 불안정한 심리상태 때문에 반복되는 것으로 보고 보호처분을 내리기 전에 심리상담 제도를 제안했다. 서울가정법원은 올해 5월부터 정신과 의사나 사회복지사 등으로 구성된 심리상담조사위원을 두고 원호 같은 아이들에게 3개월 동안 상담을 통해 치료받을 기회를 주고 있다.

5월부터 일주일에 한 번 어머니와 함께 심리상담을 받게 된 원호는 상담 초기에는 “차라리 소년원에 보내 달라”고 떼를 썼다. 그러나 3개월에 걸친 상담 끝에 선생님과 재판부에 마음의 상처를 털어놓고 또래 친구들처럼 웃음을 되찾았다. 원호를 담당한 서울가정법원 김경아 심리상담위원은 “대안학교에서 착실히 고등학교 입학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앞으로의 진로를 고민할 정도로 철이 들었다”며 지난주 재판부에 심리상담 결과를 제출했다. 재판부는 상담 결과를 참고해 원호에게 적절한 보호처분을 내릴 계획이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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