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미영“세상을 바꾸는 힘, 돈이 아니라 교육”

  • Array
  • 입력 2010년 8월 30일 03시 00분


코멘트

저개발국에 학교-도서관 설립 ‘룸 투 리드’ 두바이 지부장 양미영씨

“돈은 세상을 바꿀 수 없었지만 교육은 세상을 바꿀 수 있더군요.”

연봉 수억 원을 받는 프라이빗 뱅커로 일하다 비영리재단인 ‘룸 투 리드(room to read)’ 두바이 지부장으로 일하고 있는 양미영 씨(39)가 인생의 방향을 정반대로 튼 이유다. 양 씨는 29일부터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2010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KOWIN)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연봉 수억원 일자리 관둬, 열 살 아들과 함께 나눔 실천

29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2010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KOWIN)에 참석한 양미영 씨는 “한국에서도 다음 세대를 키우는 일에 동참했으면 한다”고 말했다.사진 제공 여성가족부
29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2010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KOWIN)에 참석한 양미영 씨는 “한국에서도 다음 세대를 키우는 일에 동참했으면 한다”고 말했다.사진 제공 여성가족부
양 씨는 현금 100만 달러 이상을 가진 부유한 외국인들로부터 투자 유치를 받는 메릴린치 베벌리힐스점 프라이빗 뱅커로 10년 가까이 일했다. 3년 전 평소처럼 비행기 일등석에 앉아 출장길에 올랐다 우연히 읽은 책이 ‘히말라야도서관’. 마이크로소프트 이사였던 존 우드가 저개발국에 학교를 짓기 위해 설립한 ‘룸 투 리드’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룸 투 리드’는 네팔 라오스 등 12개국에 학교 1128곳과 도서관 1만 곳을 지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집안일을 한 뒤 3시간을 걸어 학교에 가 공부하는 여자 아이들의 이야기는 우리 시어머니의 삶과 같았어요. 시어머니는 왕복 4시간 걸리는 산길을 오가며 선교사에게서 영어를 배우셨고 지금 우리 가족의 성공을 일구셨죠.”

시어머니 송정자 씨는 후에 미국에 건너가 혼자 생계를 꾸리며 남편과 두 자녀를 공부시켰다. 양 씨는 “남자 아이를 공부시키면 한 사람을 키우는 것이고 여자 아이를 공부시키면 한 가족과 다음 세대를 키우는 셈”이라고 말했다.

맨발로 흙바닥에서 공부하는 여학생들에게 학교를 지어주고 싶었다. 1400만 원이면 학교를, 700만 원이면 도서관을 지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돈만 기부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어려움을 모르는 열 살 아들을 보며 돈만 물려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까지 택시 한 번 안 타시던 시어머니가 성실과 검소라는 정신을 물려주셨듯이 아들에게도 나눔이라는 정신을 물려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현재는 아들과 함께 ‘룸 투 리드’ 활동을 하고 있다. 아들은 학교 친구들과 함께 1, 2달러씩 모아 2000달러를 만들었고 이를 씨앗으로 올해 네팔 카스키에 학교를 세웠다. 양 씨는 “교육을 통해 성장한 한국에도 ‘룸 투 리드’ 지부가 세워졌으면 한다”는 희망을 밝혔다.

한편 한민족 여성 리더들의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 조직된 ‘KOWIN’은 올해 10회째를 맞는다. 33개국 해외 참가자 230명을 포함해 900명의 한민족 여성 지도자들이 모여 ‘글로벌 코리아와 한민족 여성의 역할’에 대해 논의한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