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학년도 서울 중등교사 임용시험 영어과에 합격한 김헌용 씨(24). 그는 사물의 형체도 구분할 수 없는 1급 시각장애인이다. 1급 시각장애인이 특수교육이 아닌 일반 교과 교사로 임용되는 것은 서울에서 김 씨가 최초다.
김 씨는 “임용시험 준비는 거의 들은 걸 외우는 방식으로 했다”고 말했다. 점자책을 새로 만들려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기 때문에 문서를 읽어주는 컴퓨터 낭독 프로그램으로 공부했다는 것.
그가 시력을 잃은 것은 5세 때였다. 어느 날 갑자기 앞이 안 보여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병원에서는 ‘망막박리’라고 진단했다. 김 씨는 “아마 어렸을 때 어딘가에 부딪쳐서 망막에 손상을 입은 것 같은데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공주대에서 특수교육을 전공했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좋아했던 영어를 계속하고 싶어 영어교육을 복수전공하고 임용시험도 영어과로 치렀다. 영어에 흥미가 생긴 것은 중학교 때 담임교사 덕분이었다. 김 씨는 “중1 때 담임선생님이 영어 담당이었는데 무척 자상하고 관심도 많이 가져주셨다. 그때부터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중고교 시절이나 대학에서나 그의 공부 방법은 ‘듣기’였다. 가장 좋은 것은 EBS 라디오의 영어 강의를 듣는 것이었다. 인터넷을 하면서도 영어로 된 정보를 화면낭독기를 이용해 들었고, 좋아하는 해외 축구 경기도 보는 게 아니라 들어야 했다. 자연스럽게 영어 실력은 늘었다. 그는 “영어라는 게 하루아침에 되는 과목이 아닌데 어려서부터 자주 접하고 들었던 것이 좋은 결과를 낸 이유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영어 공인인증시험 점수는 토익 975점, 텝스 918점. 상당한 수준이다. 임용시험 성적도 일반 영어과 합격자들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
그는 “다른 모든 선생님들과 마찬가지로 ‘좋은 교사’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김 씨는 “장애인으로 사는 것이 힘든 면도 있지만 그만큼 좋은 분들을 만날 기회도 많아 행복하다. 나도 다른 분들에게 행복을 주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올해 일선 학교에 배치되는 김 씨를 위해 시교육청은 보조교사를 지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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