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버 신차오, 한국 사위 많이 야속하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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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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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주부 다문화 10가족
적십자-삼성봉사단 후원으로
내일부터 6박 7일 첫 고향 방문

경기지역에 사는 베트남 출신 결혼이주여성 10명이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와 삼성사회봉사단의 도움으로 남편, 자녀 등 가족과 함께 결혼 후 처음으로 30일 고국 방문길에 오른다. 출국 준비차 27일 경기적십자 사무실에 모인 가족들이 파이팅을 외치며 기뻐하고 있다. 사진 제공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경기지역에 사는 베트남 출신 결혼이주여성 10명이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와 삼성사회봉사단의 도움으로 남편, 자녀 등 가족과 함께 결혼 후 처음으로 30일 고국 방문길에 오른다. 출국 준비차 27일 경기적십자 사무실에 모인 가족들이 파이팅을 외치며 기뻐하고 있다. 사진 제공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바버, 메버 신차오.”(장인어른, 장모님 안녕하세요.)

27일 오후 2시 경기 수원시 권선구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5층 강당. 경기적십자 재원전략과 신민호 씨가 먼저 한국어로 인사를 하자 10명의 남편들이 어색한 발음으로 베트남어로 옮겼다. 세 단어밖에 안 되는 짧은 문장이지만 절반가량은 외우지 못해 책상 위 교재를 읽고 있었다.

옆자리의 부인들은 우스워 죽겠다는 표정으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두세 살 안팎의 어린아이들도 엄마, 아빠의 모습이 재미있는지 연방 소리를 지르고 웃음을 터뜨렸다. 인사말을 가르치던 신 씨가 “결혼하고 처음 가는 처갓집인데 이 정도 말은 할 줄 알아야죠. 그래야 사위가 사랑받죠”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제야 남편들도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이들은 경기적십자와 삼성사회봉사단 지원을 받아 30일부터 6박 7일간 고향 나들이에 나서는 베트남 여성, 한국 남성 부부 10쌍과 그 자녀들이다. 이날 사전교육 행사장은 난생 처음 맞게 된 온 가족의 고향 방문에 대한 설렘으로 가득했다.

○ 다문화가족의 따뜻한 겨울여행

이번 고향방문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베트남 여성 중에는 간혹 친정을 방문한 경험이 있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남편, 자녀와 함께 온 가족이 고향을 찾기는 10가족 모두 이번이 처음. 한국의 ‘명절 대이동’을 부러워만 했던 이들에게 꿈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2006년 1월 결혼한 레티안투 씨(25) 역시 3년 만에 친정을 찾는다. 결혼 후 두 번째 방문이지만 이번 귀향은 남다르다. 3년 전 친오빠가 교통사고로 숨졌을 때 만삭의 몸으로 혼자 장례식에 참석한 뒤 첫 방문이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남편 장현준 씨(46)와 딸 수민 양(2)도 함께한다. 레티안투 씨는 “오빠가 사고를 당한 뒤 친정아버지도 계속 병석에 누워 있다”며 “늘 걱정이 많았는데 이번에 가족이 함께 보고 오면 안심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소경섭 씨(42)는 처음 처갓집을 방문한다. 4년 전 베트남에서 결혼식을 올릴 때 부인 보티빗풍 씨(22)의 집에 갈 예정이었지만 현지에 조류인플루엔자(AI)가 퍼지면서 결국 결혼식만 올리고 한국에 돌아왔다. 이후 몇 번이나 베트남 방문을 계획했지만 그때마다 직장 사정 때문에 이루지 못했다가 이번 방문 대상에 선정됐다. 소 씨는 “꼭 한 번 처갓집에 가고 싶었는데 못가서 아내에게 늘 미안했다”며 “처갓집 식구들을 위한 선물로 가전제품과 생필품을 구입했다”고 말했다.

○ 고향 가족 지원도 추진

경기적십자와 삼성사회봉사단은 지난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2009 희망나눔 아나바다 자선대바자’를 열었다. 이때 거둔 4000여만 원의 수익금 전액이 이번 다문화가족 고향방문에 쓰인다. 지난해에는 세 가족이 혜택을 받았지만 올해는 10가족으로 늘었다. 경기적십자는 내년에도 다문화가정을 위한 다양한 자선행사를 열 계획이다. 특히 단순한 위로방문뿐 아니라 고향가족의 자활을 위한 장기 지원프로그램도 마련하고 있다.

경기적십자 재원전략과 신민호 씨는 “매년 자선바자회에서 얻은 수익금 전액을 다문화가정을 위해 사용할 방침”이라며 “질병이나 가난에 시달리고 있는 현지 가족들을 지원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수원=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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