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신생아 ‘베이비 박스’에 맡기길”

  • Array
  • 입력 2009년 12월 28일 03시 00분


코멘트

주사랑공동체 이종락 목사

27일 주사랑장애인공동체를 운영하는 이종락 목사가 아이를 베이비박스에 넣는 장면을 보여주고 있다. 베이비박스는 미혼모가 낳은 아기나 장애아가 길거리 등에 위험한 상태로 버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설치됐다. 황형준 기자
27일 주사랑장애인공동체를 운영하는 이종락 목사가 아이를 베이비박스에 넣는 장면을 보여주고 있다. 베이비박스는 미혼모가 낳은 아기나 장애아가 길거리 등에 위험한 상태로 버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설치됐다. 황형준 기자
“베이비 박스. 아기 넣는 곳 →”

27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주택가 골목 전신주에는 이 같은 팻말이 걸려 있었다. 팻말을 따라 10m가량 골목 계단을 올라가자 건물 외벽에 창가 밑으로 ‘베이비 박스’라고 쓰인 작은 문이 보였다. 문 옆에는 “불가피하게 아이를 돌보지 못하거나 키우지 못할 처지에 있는 미혼모 아기와 장애로 태어난 아기를 유기하거나 버리지 말고 여기에 넣어주세요”라고 써 있었다.

이곳은 이종락 목사(55)가 운영하는 ‘주사랑장애인공동체’ 건물. 이곳에는 부모에게 버려진 지체장애아동 12명이 살고 있다. 이 목사는 둘째 아이가 장애아로 태어나 14년간 병원생활을 한 뒤 그때부터 병원에서 버려지는 아이를 한두 명씩 데려오기 시작해 어느새 12명의 아버지가 됐다.

이 목사는 “연간 2000여 명의 장애아동이 태어나지만 그중 240여 명이 병원에서, 100여 명은 길거리 등에서 버려진다”며 “버려지는 아이들이 추위나 감염으로 생명을 잃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베이비 박스는 이런 고민에서 나왔다. 체코의 가톨릭병원에서 전국에 20여 개의 베이비 박스를 운영하고 있고 독일에서는 병원 산부인과에서 ‘사랑의 바구니’를 설치해 버려진 아이들을 돌본다는 것.

그는 주변 지인들의 도움으로 110여만 원의 비용을 들여 16일 이곳에 베이비 박스를 설치했다. 베이비 박스는 가로 85cm, 세로 60cm, 높이 40cm 크기로 이곳에 신생아가 놓이면 30초 안에 건물 안의 벨이 울리도록 설계됐다. 앞으로 서울에 동서남북으로 4개, 전국 8개 도시에 2개씩 설치한다는 게 이 목사의 목표다.

그는 “낙태 반대를 통해 태아의 생명을 살리고, 장애아란 이유로 태어나자마자 병원이나 길에서 버려지는 아이들의 생명을 살리는 게 목표”라며 “장애아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