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박상우 씨(52)와 시인 허만하 씨(77)가 각각 올해 동리문학상과 목월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동리·목월문학상은 경북 경주 출신인 소설가 김동리(1913∼1995)와 시인 박목월(1916∼1978)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상이다. 동리문학상은 올해가 12회, 목월문학상은 올해 2회다. 수상작은 박 씨의 소설집 ‘인형의 마을’, 허 씨의 시집 ‘바다의 성분’. 두 작가의 소감을 들어봤다.》
2009 동리·목월문학상 수상자 인터뷰 ■ 동리문학상 소설가 박상우 씨 “김동리 선생께 열정 배워… 당분간 장편에 눈돌릴 것”
소설가 박상우 씨(사진)는 올해로 등단 20년을 맞았다. 그는 중편소설 ‘내 마음의 옥탑방’으로 이상문학상을 받았던 꼭 10년 전을 회상하며 수상 소감을 전했다.
“그 후 지치고 힘들어 창작보다는 공부하고 여행하면서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인형의 마을’은 다시 활동하겠다는 뜻으로 10년 만에 낸 책인데 이렇게 상을 주신 걸 보니 앞으로 다시 열심히 가라는 의미인 것 같아요.”
1988년 중편소설 ‘스러지지 않는 빛’이 당선돼 작품 활동을 시작한 박 씨는 김동리 선생의 제자이기도 하다. 그는 “중앙대 문창과에 재학 중이던 당시 김동리 선생께 직접 소설을 배웠다”며 각별함을 표했다.
“1977년이면 강단에 서셨던 거의 마지막 무렵이었는데도 한번 신명이 오르면 강의를 끝내지 않으셔서 다음 수업 들으러 가기가 힘들었어요. 문학의 순수성에 대한 열정이 굉장한 분이셨습니다.”
‘인형의 마을’에 대해 심사위원단은 “삶의 주체가 되는 인간 존재 자체가 하나의 ‘인형’에 불과함을 보여주는 작품”이라며 “소설을 통해 보여주는 허무에의 도전은 작가가 추구해 온 소설 미학의 절정에 이르렀다”고 평가했다. 인간이 상실한 낭만적 열정과 꿈이란 주제는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사탄의 마을에 내리는 비’를 비롯한 그의 ‘마을’ 전작들과도 맥이 닿는다.
“이번 책으로 외부세계에 대한 탐사를 담아냈던 ‘마을’ 시리즈는 종료합니다. 언젠가 문학인생이 끝나기 전에 내 마음에 새겨진 마을을 그려볼 생각이긴 하지만요.”
그는 “당분간은 장편에 중점을 둘 생각”이라며 “내년 중순쯤 신작을 들고 나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목월문학상 시인 허만하 씨 “사유-관념적인 작품 시도… 영원한 현역으로 남고파”
시인 허만하 씨(사진)는 희수(喜壽)를 맞았지만 여전히 ‘젊은 시인’이다. 수상 시집 ‘바다의 성분’에 대한 심사위원단의 평가 역시 “언어적 긴장에 있어서 남다른 강도를 유지하고 있으며 시가 매우 젊게 느껴진다”는 데로 모아졌다.
경북대 의대를 졸업한 병리학자로 부산 고신대 의대 교수를 지낸 허 시인은 1957년 등단한 뒤 ‘해조’, ‘비는 수직으로 서서 죽는다’ 등 다섯 권의 시집을 냈다. 그는 “박목월 선생의 고향인 경주의 억새풀밭과 바람, 분위기를 무척 좋아하는 데다 선생과의 인연도 있어 타고 싶은 상이었다”고 밝혔다.
수상작인 ‘바다의 성분’은 2002년 펴낸 ‘물은 목마름 쪽으로 흐른다’ 이후 7년 만에 낸 신작 시집이다. 시인은 “외국 시에 비해 우리 시들은 정감적인 면이 강하다”며 “사유와 관념이 강한 시, 철학적이고 깊이 있는 시도 필요한 것 같아 실험을 해봤다”고 말했다.
부패 없는 세계의 순결성을 지향한 이번 시집에 대해 그는 “시를 쓰면서 과연 독자들에게 그 의미와 분위기가 잘 전달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반응이 좋고 상도 탄 걸 보니 생각대로 쓰는 것이 맞구나 싶다”고 말했다.
시인은 요즘에도 오전 2시면 일어나 책을 읽고 시를 쓴다. 의학도이던 시절부터 새벽 일찍 일어나 오전까지 집중해서 공부하던 습관이 남아 있어 힘들지 않다고 한다. 그는 앞으로도 “역동적으로, 지속적으로 시를 쓰고 싶다”고 말했다.
“사실, 영원히 현역이고 싶습니다. 시집을 또 한 번 낼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그런 것과 관계없이 계속 쓸 겁니다. 그저 시를 쓰며 걸어온 길을 평가받을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할 것 같아요.”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