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가 실명을 걸고 여배우를 연기하는 건 어떤 느낌일까. 그것은 어디까지 진짜이며 어디까지 연기일까. 1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고현정 씨(39·사진)가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었다.
10일 개봉 예정인 ‘여배우들’에 출연하는 고 씨는 “다른 작품의 캐릭터도 나와 비슷한 면이 있었지만, 이 작품은 특히 그렇다”고 했다. 영화 속 대사와 설정은 배우 개인의 속마음, 주변 여배우의 경험담, 감독이 관찰한 여배우의 모습 등이 조금씩 녹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발언의 진위를 묻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다.
영화 속에서 고 씨는 얼굴 크기에 민감하고 술에 취해 혀가 꼬이고 사생활에 대한 발언에도 거침없다. 쉽게 욱하고 후배 최지우 씨에게 괜히 시비를 거는 모습도 나온다.
“성격이 쓸데없이 욱한 것도 맞아요. 이 영화도 욱한 마음에 출연했으니까…. 이재용 감독이 ‘여배우들은 잘 안 모이잖아’ 하기에 ‘아니, 나 할 수 있어’ 그러면서 그 자리에서 출연을 결정했어요.”
인터뷰 초반부터 “내가 남자배우와 소문이 좀 많잖아요”라는 식의 솔직한 발언은 “젊고 잘생긴 스태프가 있으면 긴장감 때문에 일이 잘돼”라고 하던 영화 속 모습과 포개졌다.
“그런 이미지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잘생긴 남자 좋아하는 여자로 비친다는 게 뭐 어때요.”
결혼과 함께 은퇴한 고 씨는 결혼 10년 만인 2005년 이혼했다. 드라마 ‘봄날’로 복귀한 고 씨는 얼마 전 예능 토크쇼에 출연하기 전까지 대중 앞에 나서지 않는 편이었다. 그랬던 그가 이번엔 한 꺼풀 스스로를 벗기는 것도 모자라 아예 망가졌다. 대중의 환상을 먹고 사는 여배우로서 불안하지 않은지 물었다.
“아줌마로 가는 것 같긴 한데 편하긴 해요. 물론 어제 영화 보면서 ‘내가 너무 갔구나’ 싶었죠. 나만 ‘진상’ 떠는 것 같았고요. 이제 시나리오도 얌전한 걸로 골라 봐야 하나 살짝 불안해졌어요.”
영화 속 술자리에서 여배우 6명이 이혼을 얘기할 때 고 씨는 눈물을 흘렸다. 전반부 내내 거침없이 행동하던 고 씨는 온데간데없었다. 고 씨는 “이혼할 때 어떻게 살아야 할지 두려웠고 부모님이 이혼한 내게 까불지 말라고 당부도 했다”며 “대가 센 척하지만 이혼 얘기가 나온 그 장면에서 60% 정도 우울했던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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