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民官學’이 손잡은 횡성FC 내일을 향해 ‘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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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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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비영리법인 창단
지자체가 숙소-운동장 지원
민사고 학생들은 공부 도와

공부하는 축구선수를 양성하기 위해 민간, 지방자치단체, 학교가 손을 잡았다. 축구클럽 횡성 FC 관계자들이 26일 훈련장인 강원 횡성군 인조잔디 구장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이기근 감독, 학부모 이종득 씨, 김현수 선수, 한규호 횡성군수, 김윤상 선수, 학부모 박원서 김종남 씨, 박창식 갑천 중고 교장. 횡성=양종구 기자
공부하는 축구선수를 양성하기 위해 민간, 지방자치단체, 학교가 손을 잡았다. 축구클럽 횡성 FC 관계자들이 26일 훈련장인 강원 횡성군 인조잔디 구장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이기근 감독, 학부모 이종득 씨, 김현수 선수, 한규호 횡성군수, 김윤상 선수, 학부모 박원서 김종남 씨, 박창식 갑천 중고 교장. 횡성=양종구 기자
#1. 서울의 한 축구 명문고를 다니던 이진표는 3월 강원도의 횡성 FC로 옮겨 축구를 한다. 실력은 뛰어났지만 감독 지시에 잘 따르지 않는다며 ‘반항아’로 찍혀 한동안 방황했다. 한창 물이 오를 때인 고교 2학년 나이에 축구를 그만둘 뻔했지만 다시 행복하게 ‘꿈’을 차고 있다.

#2. 대전체고에서 창던지기를 하던 오대성은 지난달 축구를 하겠다며 횡성 FC를 찾았다. ‘대전체고의 호나우지뉴’로 불리며 축구 묘기를 잘하던 그는 축구 선수가 되고 싶었으나 학비 때문에 수업료가 없는 체육고로 진학해 육상을 해왔다.

○ 최초의 사단법인 클럽

횡성 FC가 한국 축구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성적 지상주의로 ‘축구 기계’를 만드는 기존의 학원 축구에서 탈피해 즐겁고 재미있는 축구 시스템으로 선수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있다.

지난해 9월 창단한 횡성 FC는 국내 축구클럽으로는 최초의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학부모들이 이사회(4명)를 구성해 모든 비용을 관리한다. 중학교(70만 원)와 고등학교(100만 원) 선수들이 낸 월 회비로 지도자 봉급과 숙식비, 훈련비, 용품비, 대회출전비 등 모든 것을 충당한다. 일부 학원 축구팀이 월 회비 외에 여러 경비를 따로 걷어 발생하는 금전적인 부정을 차단하는 새로운 시스템이다. 학부모 박원서 씨(44)는 “서울의 어떤 학교는 동계 합숙비만으로 450만 원을 요구하는데 사단법인으로 운영되다 보니 돈의 흐름이 깨끗해 정말 좋다. 선수 관리나 대회 출전 등도 지도자와 학부모가 협의해서 결정한다”고 말했다.

○ 자유롭고 창의적인 축구


횡성 FC에는 다른 팀에서 문제아로 찍혔던 선수가 많다. 감독의 지시에 잘 따르지 않다 찍혀 ‘왕따’를 당한 선수들이 찾는 이유는 재밌고 자유로운 축구 때문이다. 프로축구 득점왕을 두 차례나 차지하며 ‘황금발’로 불렸던 이기근 총감독(44)은 브라질식 기술축구를 표방한다. 강압에 따른 훈련은 창의성을 빼앗아 축구 기계를 만든다는 게 이 감독의 철학이다. 이 감독이 중등부와 고등부에 브라질 출신 코치를 1명씩 고용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 ‘민관학’의 협조체제

횡성 FC 선수들은 갑천중고에 다니며 6교시 수업을 받는다. 숙제를 안 하거나 성적이 좋지 않으면 교사들이 일대일 수업을 하기 때문에 훈련에 참여하지 못할 때도 있다.

갑천중고는 2007년 전교생 45명(중 17명, 고 28명)으로 다른 학교와 통합될 위기에 처했지만 지난해 횡성 FC가 창단되면서 명맥을 이을 수 있었다. 전교생 121명 중 68명(중 25명, 고 43명)이 축구 선수로 채워졌다. 박창식 갑천중고 교장(60)은 공부하는 축구 선수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돕고 있다. 박 교장은 저녁에는 인근 민족사관학교 학생들을 자원봉사자로 불러 선수들의 영어와 수학 공부를 돕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횡성 FC에 대한 애정도 각별하다. 한규호 횡성군수(60)는 인조잔디 운동장을 무상으로 쓰게 했고 조만간 학교 운동장을 인조잔디 구장으로 바꿔줄 예정이다. 김병남 갑천면장(54)은 숙소를 저렴하게 임대해줬으며 학교에 풋살경기장도 지어줄 계획이다.

횡성=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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