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티모르 ‘영부인 대리’ 서울대 교수 됐다

  • 입력 2009년 8월 29일 02시 59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결식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페르난두 라 사마 드 아라우주 동티모르 국회의장(왼쪽)과 부인인 재클린 아키노 시아프노 동티모르 영부인 대리. 시아프노 씨는 서울대 국제대학원의 외국인 전임교수로 임용돼 다음 달부터 강의를 맡을 예정이다. 사진 제공 서울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결식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페르난두 라 사마 드 아라우주 동티모르 국회의장(왼쪽)과 부인인 재클린 아키노 시아프노 동티모르 영부인 대리. 시아프노 씨는 서울대 국제대학원의 외국인 전임교수로 임용돼 다음 달부터 강의를 맡을 예정이다. 사진 제공 서울대
국회의장 부인 시아프노 씨… 현 대통령 부인없어 퍼스트레이디 역할

“동티모르는 자연자원이 많고, 독립투쟁을 하며 민주주의도 확립돼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매우 높은 나라입니다. 독립 후 경제를 발전시킨 한국의 경험을 배워 다시는 동티모르가 식민화되지 않을 수 있는 길을 찾고 싶습니다.”

2002년 독립을 선포한 동티모르의 영부인 대리인 재클린 아키노 시아프노 씨(42)는 28일 오후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이렇게 말했다.

동남아시아 전문가를 찾던 서울대 국제대학원은 “이웃 아시아 국가의 지배를 받은 동일한 경험이 있는 한국을 연구하고 싶다”며 지원한 시아프노 씨를 국제대학원 최초의 외국인 전임교수로 임용했다고 28일 밝혔다. 호주 멜버른대와 동티모르국립대 교수를 지낸 시아프노 씨는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9월부터 ‘동남아시아 정치경제’와 ‘동남아시아의 역사정치문화’ 등 2과목을 강의한다.

필리핀 태생의 시아프노 씨는 동남아시아 정치와 여성인권문제 전문가로 분리 독립을 위해 유혈분쟁을 벌인 인도네시아 아체의 여성문제 등을 연구했으며 ‘여성과 이슬람문화 백과사전(EWIC)’의 집필진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남편(페르난두 라 사마 드 아라우주 국회의장)은 학생 독립운동 그룹의 리더였어요. 미국 버클리대 박사과정에서 아시아 정치 분쟁을 연구하던 중 감옥에 있는 남편을 인터뷰하러 갔다가 사랑에 빠졌습니다. 그가 출소할 때까지 5년 동안 편지를 주고받았죠.”

시아프노 부부는 동티모르가 독립국가를 선포하기 1년 전인 2001년 결혼했다. 동티모르는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조제 하무스 오르타 씨가 2007년 초대 대통령으로 부임했지만 부인이 없었기 때문에 헌법에 따라 아라우주 국회의장의 부인인 시아프노 씨가 영부인 역할을 맡았다. 2007년 12월 동티모르를 방문했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국가를 대표해 영접하고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받은 것도 그였다.

시아프노 씨는 한국 농촌에 시집온 필리핀 여성에 대한 인식이 낮고 문화적 차이로 힘들게 사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다며 이들의 인권에 관한 연구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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