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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8월 21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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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성 없는 전쟁으로 불리는 스포츠는 국가 간의 관계를 직간접적으로 드러내 왔다. 미국 하버드대 국제정치학 교수인 스티븐 월트 씨는 최근 포린폴리시 인터넷판에서 국제정치에 영향을 미치거나 세계의 변화를 알려준 10대 스포츠 이벤트를 꼽았다.
아돌프 히틀러는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을 통해 독일 아리안 족과 나치 체제의 우수성을 드러내려고 했다. 그러나 미국의 흑인 육상 단거리 선수인 제시 오언스가 독일 선수들을 제치고 4관왕이 되면서 히틀러의 코는 납작해졌다. 나치제국의 꿈도 9년 뒤 물거품이 됐다.
제2차 세계대전의 패배와 나치의 악몽 속에 허덕이던 독일인에게 1954년 스위스 월드컵 우승은 국민적 자부심을 되찾고 국제 사회에 재진입하는 청신호였다. 독일은 훗날 ‘베른의 기적’으로 불린 결승전에서 유럽 도박사들의 예측을 뒤집고 세계 최강의 헝가리를 이겼다.
1972년 뮌헨 올림픽 선수촌에서 팔레스타인 테러그룹인 ‘검은9월단’은 이스라엘 선수단을 인질로 잡고 그중 11명을 살해했다. 올림픽 사상 최악의 비극이었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후 이들 테러리스트를 대부분 암살했다.
넬슨 만델라가 대통령이 되고 국제경기 출전 금지가 풀린 남아프리카공화국 럭비 팀이 1995년 남아공 세계럭비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은 흑백 화해의 절정이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