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 美소년 요트 타고 13개월간 4만5000km 최연소 단독 세계일주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7월 18일 03시 00분



“세상에 ‘10대의 힘’을 증명하고 싶었다”
“누군가 내 기록 깰 것이고 난 그것에 개의치 않는다”

16일 오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마리나델레이 항구. 11m 길이의 요트 ‘인터피드호’를 탄 앳된 모습의 소년이 여유있는 표정으로 항구로 들어오는 순간 그를 기다리던 수백 명이 일제히 “넌 해냈어”라고 환호성을 질렀다. 배에서 내린 잭 선덜랜드 군(17)은 마중 나온 동생들과 “너무나 힘든 13개월간의 항해였어”라며 뜨겁게 포옹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선덜랜드 군이 지난해 6월 14일 이 항구를 떠났다가 13개월 2일 만에 세계일주를 마치고 돌아와 세계 최연소 세계일주 항해 기록을 깼다고 소개했다. 기존에는 18세가 최연소 기록이었다. 미국항해협회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지금까지 혼자서 세계일주 항해에 성공한 사람은 250명도 되지 않는다.
그동안 선덜랜드 군은 태평양과 인도양, 대서양을 가로질러 4만5000km의 바닷길을 항해했다. 호주 근처의 인도양을 항해할 때에는 해적이 출몰해 쫓겨 다니다가 호주 당국에 긴급하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강풍에 돛대가 부서지고 60시간 동안 잠을 못 자면서 파도와 싸우기도 했다. 식사는 동결 건조된 음식과 통조림으로 해결했다.
항해 도중에 그는 육지에 내려 세상을 두루 둘러봤다. 선덜랜드 군은 “지저분한 오두막 안에 13명의 가족이 사는 곳을 본 적도 있다. 그래도 그들은 더없이 친절했다”고 기억했다.

어른들에게는 청소년을 믿어주고 꿈을 키워달라고 주문했다. 선덜랜드 군은 “사회가 10대 중반의 청소년들을 박스 속에 가둬놓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청소년들이 강한 야망과 의욕을 가진다면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친구들에게 ‘세상 밖으로 나가서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조언하고 싶다”고 말했다.
선덜랜드 군이 세운 기록은 벌써 도전을 받고 있다. 그보다 몇 개월 어린 영국의 마이드 페르햄 군이 지난해 11월 세계일주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또 호주에서는 15세 소년이 세계일주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하지만 선덜랜드 군은 “언젠가 누군가가 내 기록을 깰 것이고 그것에 개의치 않는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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