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기 銀따고도 성염색체 이상으로 메달 박탈

  • 입력 2009년 6월 11일 02시 55분


비운의 인도 육상스타 순다라얀 지도자 변신

아시아경기에서 은메달을 따고도 성염색체 이상으로 메달을 박탈당한 인도 육상스타가 지도자로 변신해 재기의 길을 걷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9일 보도했다. 비운의 주인공은 2006년 12월 카타르 도하 아시아경기 육상 여자 800m에서 2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산티 순다라얀 씨(28·사진). 지독한 가난으로 영양 결핍에 시달리던 선수가 아시아경기 은메달리스트가 됐다는 소식에 주 정부가 150만 루피(약 3952만 원)의 포상금을 지급하는 등 그는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그러나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도핑검사에서 이상 징후가 나타나 성별검사를 받은 결과 외모와 달리 세포 내의 성염색체가 여성(XX)이 아닌 남성(XY)으로 밝혀진 것. 그는 결국 은메달을 박탈당했다. 주 정부는 다행히 포상금을 회수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의 정신적 충격은 컸다. 그는 결국 지난해 9월 자살을 기도했다. 그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메달 박탈로) 모든 것을 잃은 것 같았다”며 “달성했다고 생각한 내 꿈이 다시 무너져버렸기 때문에 자살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감춰왔던 속내를 털어놓았다.

순다라얀 씨는 이제 좌절을 딛고 육상 지도자로서 새로운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 “운동선수로서의 경력은 이제 끝났습니다. 하지만 내가 아는 것은 육상뿐입니다. 내 제자 중 한 명이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에서 메달을 목에 거는 것이 새로운 나의 꿈입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