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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3월 9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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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대 화제의 입학생
“쳇바퀴 돌듯 학교, 집, 학원만 오가며 살고 싶지 않았어요. 교과서 내용을 배우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저는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었어요.”
올해 열다섯 살의 나이로 한국방송통신대(방송대)에 입학한 이강일 군(사진). 이 군은 2007년 초등학교를 졸업한 지 2년 만에 중고교 검정고시를 거쳐 일찌감치 대학생이 됐다.
정규교육의 테두리를 벗어난 것은 이 군의 자발적인 선택이었다. 고향인 경북 안동에서 수재로 통했던 두 형과 누나를 보며 이 군은 학교보다 검정고시를 택했다.
“누나와 형들이 너무 힘들게 공부하는 것을 보면서 공부의 노예로 살고 싶지는 않았어요. 폭넓게 경험을 하면 자연스럽게 공부가 될 거라는 생각을 부모님과 형들에게 얘기했더니 ‘그것도 방법’이라며 흔쾌히 허락해줬어요.”
이 군의 누나는 서울대 사회학과, 작은형은 서울대 농과대, 큰형은 순천향대 의대에 재학 중이다.
한국교육방송 검정고시 강의를 들으며 독학한 끝에 첫해에 중학교 검정고시, 이듬해에 고교 검정고시를 통과한 뒤 올해 방송대 영어영문과에 최연소로 입학했다. 이 군은 방송대에서 4년 동안 다양한 교양과목을 수강하며 구체적인 진로를 정한 뒤 4년제 대학에 도전할 생각이다.
올해 방송대 신입생에는 이 같은 화제의 입학생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8일 방송대에 따르면 탤런트 심은하 씨와 남편 지상욱 씨가 ‘캠퍼스 커플’로 나란히 입학하게 됐다. 심 씨는 1992년 경기 성남의 한 고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연예계로 데뷔한 뒤 뒤늦게 학업을 재개하고 싶다며 방송대 문화교양학과를 지원했다. 자유선진당 정책특보로 일하고 있는 지 씨는 연세대 졸업 후 미국 스탠퍼드대와 일본 도쿄(東京)대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지만 아내와 공부를 함께하기 위해 방송대 법학과에 지원해 합격했다.
방송대 신·편입생 중 사회 저명인사도 여럿 눈에 띈다. 통계청장과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를 지낸 오종남 서울대 초빙교수가 일본학과 3학년에 편입학했고 이철 전 철도공사 사장도 경제학과 3학년으로 입학했다.
국어국문과 정재철 씨(51)와 청소년교육과 이덕만 씨(67)는 그동안 행정학과, 경영학과 등을 거친 뒤 올해 11번째 학과에 입학했다. 방송대는 7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학생체육관을 비롯한 전국 13개 지역에서 신입생 편입생 입학식을 하고 새 학기를 시작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