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절 딛고 유엔 대학생대표로 우뚝

  • 입력 2009년 2월 2일 02시 59분


집안 사업실패… 부친 사망… 검정고시 독학

올해 유엔 한국 대표단에는 예년과 달리 ‘특별한 대표’들이 참여한다.

한국외국어대 이슬기(19), 경북대 최수희(21), 부산외국어대 심현주(21) 씨가 그 주인공들이다. 세 학생은 보건복지가족부가 지난해 말부터 국민기초생활수급 대상 가정, 한부모 가정 등 어려운 환경에 놓인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국제회의 참가단 공개모집에서 21.6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됐다.

이 씨는 2월 4∼10일 제47차 유엔사회개발위원회에, 최 씨와 심 씨는 각각 10월 6∼10일과 10월 11∼17일 제64차 유엔총회에 한국 대표로 참석하게 된다.

10년 전 해외에서 사업을 하던 아버지의 실패로 가정 형편이 급격하게 기울게 된 이 씨는 지금까지도 장학금과 학자금 대출이 아니면 학교를 다닐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이 씨는 “단 한순간도 스스로를 포기한 적이 없다”며 “자신감을 갖고 노력하다 보면 길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 장학금뿐 아니라 경기 용인시에서 주는 장학금까지 ‘발굴’해냈다. 보통 학교 장학금이 끊어지면 휴학을 하기 쉽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 씨는 “경제위기로 절망에 빠지는 청년들이 많은 것 같다”며 “오늘 나의 작은 성공이 그들에게 내일의 희망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최 씨는 2007년 12월 건강하던 아버지가 갑자기 심근경색으로 돌아가시면서 집안 형편이 어려워졌다.

최 씨는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고 난 뒤 몇 달 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며 “하지만 방황하던 내게 한 교수님이 ‘가장 밑바닥에 있다는 것은 이제 올라갈 길만 남았다는 의미’라고 격려해 주셔서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유창한 영어 구사 비결에 대해 “많은 돈을 들여 해외에 나가지 않더라도 학교의 국제교류센터나 외국인 연계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면 된다”고 했다.

심 씨의 경우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때 부모의 이혼으로 가정 형편이 급격히 나빠져 다니던 중학교까지 그만둬야 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다.

하지만 심 씨는 이에 굴하지 않고 독학으로 검정고시를 치러 대학에 입학했고, 대학에서는 매 학기 장학금을 받는 등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그는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최악의 선택으로 자살을 하는 경우를 봤다”며 “그런 상황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순간의 절망은 곧 희망의 근거로 바뀔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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