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에 실 460m 뽑아… “한올 한올이 과학”

  • 입력 2008년 5월 29일 03시 00분


노희찬 삼일방직 회장
노희찬 삼일방직 회장
경북 경산시 진량읍에 있는 삼일방직 1공장에서 한 직원이 에어제트 방적기의 작동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방적기는 자동화율이 높기 때문에 직원은 고장 여부를 점검하고, 다 감긴 실타래를 옮기는 정도의 일을 한다. 사진 제공 한국섬유산업연합회
경북 경산시 진량읍에 있는 삼일방직 1공장에서 한 직원이 에어제트 방적기의 작동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방적기는 자동화율이 높기 때문에 직원은 고장 여부를 점검하고, 다 감긴 실타래를 옮기는 정도의 일을 한다. 사진 제공 한국섬유산업연합회
삼일방직 디지털 설비 공장

에어제트 방적기 도입

생산 속도 23배나 향상

‘에코실’ 브랜드로 수출

해외 시장 반응 뜨거워

2000년 여름, 원사 생산업체인 삼일방직의 노희찬(65) 회장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중국 섬유업체들의 저가(低價) 공세로 해외 수출이 줄고, 덩달아 매출도 떨어지던 때였다.

노 회장은 “이대로 가다간 공장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뭔가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보자”며 직원들을 다독였다.

당시 그는 일본 무라다사(社)가 만든 에어제트 방적기(紡績機)를 주목했다. 미국의 섬유기업들은 “에어제트 방적기로 만든 실로 천을 짜면 중간에 실이 끊어진다”며 에어제트 방적기를 폐기하고 있을 때였다.

하지만 노 회장은 에어제트 방적기가 뿜어내는 고(高)기능성 실에 끌렸다. 천을 짤 때 끊어지는 문제만 해결하면 기존 실보다 훨씬 경쟁력 있는 실을 뽑아낼 수 있다고 확신했다.

2001년 에어제트 방적기 1대를 사왔다. 그리고 5년 동안 무라다 측과 함께 문제점을 분석했다. 2005년 말 드디어 문제점을 해결했다. 그동안 연구에 매달리면서 아날로그에 가깝던 에어제트 방적기에 첨단 디지털 기능도 대폭 넣었다.

삼일방직은 2006년 2월부터 에어제트 방적기를 본격적으로 들여와 기능성 실을 뽑아내고 있다. 그 실에 ‘에코실’이란 브랜드를 붙여 해외 16개국 시장에 내놨다. 반응은 뜨거웠다.

○ ‘섬유도 과학입니다’

28일 경북 경산시 진량읍에 있는 삼일방직 공장을 찾았다. 삼일방직은 한국섬유산업연합회가 꼽은 미래형 방직회사이기도 하다.

1공장 문을 열자 ‘웅∼, 웅∼’ 소리가 크게 울렸다. 에어제트 방적기 뒤편으로 펄프에서 추출한 원료 물질이 투입됐고, 앞면에선 빠른 속도로 실이 뽑혀 나오고 있었다.

5만2800m² 면적의 1공장 내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거의 모든 과정을 자동화했기 때문이다.

노 회장이 기자의 팔을 끌고 에어제트 방적기 측면에 붙은 계기반으로 안내했다. ‘460m/분’이란 표시가 보였다. 1분에 460m 길이의 실을 뽑아내고 있다는 뜻이다. 1분에 20m 길이의 실을 뽑는 일반 방적기와 비교하면 속도가 23배나 빨랐다.

그는 “예전엔 실을 뽑는 중간에 실타래를 들고 실험실로 가 굵기, 강력 등 각종 테스트를 했지만, 지금은 기계 내부에서 모든 품질검사를 끝낸다”며 “섬유산업도 이제 디지털화된 첨단 설비시설 활용 여부에 따라 경쟁력이 결정된다”고 강조했다.

공장 입구에 제품 전시실이 있었다. 에코실로 짠 여성 의류와 기능성 의류가 전시돼 있었다.

여름용 여성 니트에 붙어 있는 현대백화점 태그가 눈에 띄었다. 프랑스 의류업체가 에코실을 수입해 ‘바네사브루노’라는 브랜드로 만든 니트였다. 19만8000원짜리 가격표가 달려 있었다.

○ 30년 이어온 방직 전문기업

삼일방직은 1979년에 설립됐다.

1990년대 중국 섬유업체들이 세계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1997년 12월 외환위기까지 닥치자 노 회장은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직물 부문 등 비주력 사업들을 분사시키고 핵심인 방적 사업에 주력했다.

초창기 직원은 1450여 명에 이르렀지만, 사업 구조조정과 기계화로 지금은 249명으로 크게 줄었다. 2002년에 완공한 2공장은 기계화율이 90%를 넘어섰고, 올해 10월에 완공하는 3공장도 최첨단 설비를 넣을 예정이다.

지난해 올린 매출액은 586억 원. 에코실 해외 판매가 늘면서 올해 800억 원, 2010년에는 매출 1000억 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경산=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삼일방직주식회사:

▼ 1979년 5월 남선방직㈜ 설립

▼ 1984년 9월 2000만 달러 수출탑 수상

▼ 1987년 3월 삼일방직㈜으로 상호 변경

▼ 1990년 11월 180수, 200수 면사 개발

▼ 1995년 2월 라이오셀 섬유 개발

▼ 2001년 3월 경상북도 산업평화대상 수상

▼ 2001년 8월 대한민국 섬유소재 품질대상 수상

▼ 2002년 9월 제2공장 준공

▼ 2008년 10월 제3공장 준공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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