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손가락 없어도… 세계 5위봉 정복

  • 입력 2008년 5월 27일 02시 58분


김홍빈씨 히말라야 마칼루 등정

7 대륙 최고봉 완등 하나 남겨

“주위에서 많은 도움을 줬어요. 많은 분이 격려해주시고 기도해준 덕분에 별 사고 없이 원정을 마친 것 같습니다.”

열 손가락이 없는 장애인 산악인 김홍빈(44·에코로바·사진) 씨가 이달 초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히말라야 마칼루(8463m) 정상을 밟았다.

23일 귀국해 광주의 집에 머물고 있는 김 씨는 26일 통화에서 ‘주위의 도움’을 특히 강조했다.

그는 고산 등반 시 다른 사람의 도움을 필수로 하는 2급장애인. 1991년 북미 최고봉인 알래스카 매킨리(6194m)를 단독 등반하다 탈진으로 쓰러졌고 16시간 만에 구조됐지만 동상 때문에 손가락을 모두 잘라냈다. 하지만 이 사고가 산에 대한 열정까지 꺾지는 못했다.

김 씨는 이후 1997년 유럽 최고봉 엘브루스(5642m), 아프리카 킬리만자로(5895m), 1998년 남미 아콩카과(6959m), 매킨리 등을 올랐고 2006년부터는 8000m급에 도전해 가셔브롬Ⅱ(8035m), 시샤팡마(8027m)에 이어 지난해 국내 장애인으로는 처음으로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8850m)를 올랐다.

김 씨는 “1991년 이후로는 사고가 나지 않도록 정말 열심히 준비한다. 오히려 사고 이후에 등정 성공률이 높아졌다”며 웃었다.

이번 원정에서 김 씨는 현지 시간으로 7일 오후 8시 캠프4(7800m)를 출발해 13시간 50분 만인 8일 오전 9시 50분쯤 정상에 섰다. 함께 간 박행수(25·광주대 산악회) 씨는 8200m까지 올랐다가 체력이 달려 정상을 밟지는 못했다.

김 씨는 11월 남극 최고봉 빈슨매시프(4897m) 등정을 계획하고 있는데 성공하면 7대륙 최고봉을 완등하게 된다. 보통은 오세아니아 최고봉으로 카르스텐스(4884m)를 꼽는데 그는 섬에 있는 카르스텐스 대신 대륙에 있는 코지어스코(2228m)를 지난해 7월에 올랐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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