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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1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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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츨라프 클라우스(66·사진) 체코 대통령이 세 번째 바람을 피우다 들통이 났다.
하지만 정치인들이 성 추문으로 곤욕을 치르는 미국이나 북유럽 국가와 달리 현지 언론은 대통령의 바람기에 관대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영국 일간 더 타임스가 9일 전했다.
클라우스 대통령은 지난달 재선에 성공한 바로 다음 날 아침 프라하 시내 호텔 앞에서 금발의 항공사 승무원 페트라 베드나로바(25) 씨와 함께 있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공교롭게도 지금까지 그와 바람이 난 세 여성은 모두 금발의 항공사 승무원이었다. 공산 정권 붕괴 후 1991년 당시 체코슬로바키아 정계의 떠오르는 별이었던 클라우스 대통령은 에바 스보보도바라 씨는 항공사 승무원과 부적절한 관계를 가졌다. 2002년에도 역시 승무원인 클라라 로니스카 씨와 염문을 뿌렸다.
남자의 바람기에 대한 그의 철학은 그래도 양심적이다. “빨간 불일 때 횡단보도를 건너는 남자는 차에 치일 각오를 해야 한다.”
클라우스 대통령은 최근 세 번째 성 추문 사실을 시인한 뒤 “부인 리비아에게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나 체코의 최대 일간 드네스(오늘)는 “‘부인을 속이는 남자는 유권자도 속인다’는 미국식 사고방식은 체코에선 통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체코에서는 “정부(情婦)가 있다는 것이 진짜 사나이(real man)임을 증명하는 것으로 통한다”는 것이다.
진보 성향의 일간 ‘리도베 노비니(민중의 뉴스)’도 “체코인들은 어깨를 한 번 으쓱했을 뿐”이라며 대통령의 바람기에 관대한 논조를 보였다.
이 같은 너그러움 때문인지 체코에는 바람을 피우고도 멀쩡히 잘 사는 정치인이 많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