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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7월 26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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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감독협회 이사장인 정인엽(65·사진) 감독이 총 1억 원의 상금을 내걸고 8월 10∼14일 충남 공주시에서 ‘제1회 공주 천마 신상옥 청년영화제’를 연다. 정 감독은 1965년 경북 포항시 영일만 유전개발을 둘러싼 영화 ‘성난 영웅들’로 데뷔해 64편의 영화를 찍었다. 1970년대 ‘청색시대’ ‘아리랑아’ 등 사회성 짙은 영화로 주목받았으며 1980년대 ‘애마부인’ 시리즈로 흥행 가도를 달렸다.
“한국 영화계는 겉으로만 화려할 뿐 속은 ‘빈 터’나 다름없으며 충무로의 자생력이 없는 것이 위기입니다. 대기업이 조금만 손을 떼면 휘청거리는 구조입니다. 감독부터 조명까지 영화계에 인맥이 끊어진 지도 오래고요.”
‘공주 천마 신상옥 청년영화제’는 16∼29세 청년의 작품을 대상으로 ‘신상옥상’(대상)을 비롯해 ‘강우석상’(최우수 연출) ‘강제규상’(우수 연출) ‘차승재상’(기획제작) ‘김청기상’(애니메이션) ‘정일성상’(촬영) ‘안성기상’(편집) ‘박중훈상’(다큐멘터리) 등 16개 부문에 영화인의 이름을 딴 상을 준다. 상금은 공주시의 후원금과 고 신상옥 감독의 부인인 영화배우 최은희 씨, 영화인 신영균 씨, 정 감독이 사재를 털어 마련했다. 공모 대상 작품은 30분 이내의 영화나 드라마,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등이다. 마감은 8월 2일까지(02-771-8440).
“이 영화제를 통해 끊어진 영화계 인맥을 이어 주고 싶습니다. 수상자에겐 상금 외에 강우석, 강제규, 정일성 감독 밑에서 일할 기회도 주어집니다. 함께 일할 영화 동지를 찾자는 거죠.”
그는 ‘하루살이’ 같은 후배 감독에게도 쓴소리를 했다.
“요즘 감독들은 영화 한두 편 찍고 나면 전부 제작자가 돼 버려요. 머릿속에 콘티도 제대로 서 있지 않은 상태에서 촬영 현장에 투입되다 보니 카메라맨이 하라는 대로 찍고, 마음에 안 들면 또 찍고. 한 영화 찍는 데 필름을 10만∼15만 자나 쓴다는 게 말이 됩니까.”
정 감독은 “김대중 정부에서 영화진흥기금 1500억 원을 지원했고, 현 정부도 4000억 원의 영화발전기금을 조성한다고 하는데 나눠 먹다 보면 어디로 간지도 모른다”며 “이 돈을 진작부터 인재를 키우는 데 투자했다면 제2의 신상옥, 강우석, 강제규, 안성기가 벌써 나타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감독은 영화제가 끝나는 대로 10년 동안 준비해 온 연산군 이야기를 재해석한 영화를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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