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 잔을 마시니 도를 통한 듯 하고…" 술 배우는 모임

  • 입력 2007년 4월 15일 19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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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잔을 마시니 도를 통한 듯 하고(三杯通大道) 한 말을 마시니 자연과 합치되도다(一斗合自然)."

서울 종로구 명륜동 성균관대 퇴계인문관 31310호실에서는 '술 강의'가 한창이다. 지난 12일 오후 6시 옹기종기 모여 앉은 성대 교수 30여 명은 일일강사로 나선 성대 한문학과 송재소 교수의 말을 놓칠 새라 메모까지 해가며 열심이었다.

성균관대 김동순 문과대학장이 교수들 사이에 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술' 카드를 꺼내든 것은 작년 4월. 문대 교수들이 참여한 작년의 와인특강과 위스키 특강이 입소문을 타면서 이번 중국 술 문화 특강에는 서정돈 총장, 김준영 부총장까지 참여했다.

"중국 소흥이란 지방에서 나는 소흥주 중에서 가장 좋은 술이 여아홍(女兒紅)입니다. 딸이 서너 살 되면 술을 빚어 묻었다 20년쯤 지나 딸이 시집갈 때 꺼내서 손님에게 대접하는 술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죠."

한 시간여 동안 진행된 '중국 술 박사' 송 교수의 강의는 술 빚는 방식에 따른 구분법, 술 마시는 법, 가짜 술 천국인 중국의 실상 등 다양한 주제를 넘나들었다.

교수들은 대학로에서 유명한 70년 전통의 중국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수정방(水井坊), 주귀(酒鬼), 분주(汾酒) 등 이날 소개된 중국 명주 8병을 모두 비운 자정, 모임은 끝났다.

김동순 학장은 "교수들 간에 교류가 점점 없어지는 것 같아 아쉬웠는데 오랜만에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눈 자리였다"며 "인류 역사와 문화가 녹아들어가 있는 각국의 술을 제대로 공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정혜진기자 hye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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