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2명 사법시험 1차 첫 합격

  • 입력 2007년 4월 5일 17시 04분


코멘트
시각장애인 2명이 처음으로 사법시험 1차에 합격했다.

법무부는 5일 올해 치러진 제49회 사법시험 1차 합격자 2808명의 명단을 발표하고 서울법대에 재학 중인 시각장애인 최민석(24)씨와 또 다른 최모(26.서울법대 졸)씨가 이 명단에 포함됐다고 밝혔다.

시각장애인이 사법시험 1차 관문을 통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민석 씨는 서울대가 특수교육 특별전형을 실시한 이래 1급 시각장애인으로서는 최초로 2004년 법대에 당당히 합격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초등학생 때인 1992년 녹내장으로 시력을 완전히 잃어 다니던 일반 학교를 그만둬야 했던 최씨는 3년간 기도원에서 절망에 빠진 마음을 추스른 뒤 특수학교에서 공부에 매진해 대학에 합격할 수 있었다.

대학 합격 당시 "장애인들의 권익 문제를 제도적으로 풀어주는 변호사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던 그는 "아직 1차 시험을 합격한 것에 불과하다"며 인터뷰를 정중히 사양했다.

최씨의 어머니는 "법전과 수험용 서적을 일일이 워드 문서로 옮기고 컴퓨터로 음성화시켜 공부하는 등 아들이 시험을 준비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며 "대학 입학시절 포부를 그대로 갖고 있는 민석이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2차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법무부는 지난해 사법시험부터 시각장애인들이 음성 지원 프로그램을 탑재한 컴퓨터가 있는 별도의 시험실에서 일반인보다 1.5¤2배 긴 시간 동안 시험을 치르도록 했으며 작년과 올해 각각 3명의 시각장애인들이 응시했다.

시각장애인들의 1차 시험 합격으로 장애인들이 더욱 자긍심을 갖고 법조분야에 대한 도전의식과 희망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법무부는 기대하고 있다.

두 명의 시각장애인 합격자들은 2차 시험에서도 1차 시험처럼 음성형 컴퓨터로 시험을 치르며 시험 도중 장애인 전담 시험관리관의 도움도 받을 수 있다.

한편 1만 8114명이 지원해 6.45대 1의 경쟁률을 보였던 이번 1차 시험의 최저 합격점수는 평균 73.14점(총점 256점)으로, 작년 79.57점(총점 278.5점) 보다 6점가량 낮아졌다.

법무부는 법조문이나 판례 요지만을 묻는 암기식 문제 보다 심층적 이론을 묻거나 이론에 사례를 조합한 문제 등이 다수 출제됐고 올해 처음으로 배점을 다양화하고 5¤8지 선다형 문제를 출제해 합격점수가 낮아진 것으로 분석했다.

6월 19일부터 4일간 치르는 2차 시험에는 작년 1차시험 합격자 2398명을 합한 5206명에게 응시자격이 주어져 5.20대 1의 경쟁률이 예상된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