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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2월 14일 17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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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씨가 모는 버스는 기점인 강북구 우이동을 출발해 종점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까지 다른 버스보다 보통 30분은 더 걸린다.
그래도 승객들은 불만이 없다. 만원버스에서도 승용차를 탄 듯한 기분을 들게 하는 홍 씨의 배려 때문이다.
홍 씨의 운전철칙은 '승객을 내 가족같이 모시기'다. 자연히 안전·친절운행은 기본이다.
그는 버스가 승강장에 안전하게 멈추기 전까지는 어떤 손님도 자리에서 일어서지 못하게 한다. 어린이나 노약자가 버스에 올라서면 운전석에서 일어나 부축하러 간다.
"어서오세요"란 인사에 "출발합니다", "위험 구간입니다. 손잡이를 꼭 잡아주세요", "혜화역 가실 분은 109번을 타세요" 등 세심한 안내방송을 쉴 새 없이 쏟아낸다.
동료들은 "이리저리 신경을 쓰니 배차 간격이 늦어진다"며 그를 타박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그는 노선을 한 번 운행하고 나면 주어지는 휴식시간을 포기하고 2~3분 정도 잠깐 몸을 푼 뒤 다시 운전대를 잡는다.
이런 철칙 덕분에 시내버스를 몰기 시작한 1992년부터 지금까지 가벼운 접촉사고 한 번 나지 않았다. 151번 승객들도 이제 홍 씨를 알아보고 "수고하십니다. 또 타네요"하며 먼저 인사를 건넨다.
회사도 이제 홍 씨에게 친절·안전교육을 맡겨 신입 운전기사는 모두 그가 운행하는 151번 버스를 타고 현장실습을 해야 한다.
홍 씨는 "시내버스는 시민들의 발인데 앞차를 쫓아가듯 운전해 시민을 불안하게 해서는 안 된다"며 "운전기사도 전문직업인의 하나라는 생각으로 버스를 운전한다"고 말했다.
홍수영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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