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쌍둥이와의 약속 지켰어요”…이길여 가천길재단 회장

  • 입력 2007년 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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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천길재단 이길여 회장(가운데)이 네쌍둥이 자매인 황밀, 솔, 설, 슬(왼쪽부터) 양과 함께 이들이 태어난 직후 기념 촬영을 했던 사진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사진 제공 가천의과대 길병원
가천길재단 이길여 회장(가운데)이 네쌍둥이 자매인 황밀, 솔, 설, 슬(왼쪽부터) 양과 함께 이들이 태어난 직후 기념 촬영을 했던 사진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사진 제공 가천의과대 길병원
“18년 전 약속을 지켜 주셔서 고맙습니다.”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대학 진학을 포기할 뻔한 네 쌍둥이 자매의 얼굴에 10일 환한 웃음꽃이 피어올랐다.

이날 오전 10시 반 인천 남동구 구월동 가천의대 길병원에서는 가천길재단 이길여 회장이 수원여대 간호학과에 진학한 황슬(18), 밀 양과 강릉영동대 간호학과에 합격한 설, 솔 양에게 입학금과 1년치 등록금인 2300만 원을 전달했다.

이 회장이 네 자매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89년 1월 11일.

강원 삼척시 도계읍에 살던 자매의 어머니 이봉심(53) 씨가 이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던 길병원 응급실에 실려 왔다. 출산 예정일을 3주가량 남겨 둔 이 씨가 친정이 있는 인천을 찾았다가 갑자기 양수가 터진 것.

오전 3시 네쌍둥이 산모가 병원에 실려 오자 당시 길의료재단(현 가천문화재단) 이사장이던 이 회장도 당황했지만 즉시 산부인과 과장에게 제왕절개수술 집도를 맡겼고 쌍둥이 4명은 건강하게 태어났다.

이 회장은 광원으로 일하는 이들의 아버지 황영천(53) 씨가 수술비와 입원비를 마련하기 어렵다는 딱한 사정을 듣고는 수술비 등을 일절 받지 않았다. 오히려 1주일 뒤 퇴원하는 이 씨에게 산후조리를 잘하라며 생활비를 주고는 “네 쌍둥이가 건강하게 자라 나중에 대학에 들어가면 등록금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지난해 9월 사진첩을 정리하던 이 회장은 네 쌍둥이와 찍은 사진을 보다가 당시의 약속을 떠올렸고, 이들의 근황을 수소문한 끝에 경기 용인시에 살고 있는 네 쌍둥이 가족을 찾았다. 아버지 황 씨가 척추협착증을 앓으면서 국민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돼 힘들게 살아 수시모집에 합격한 네 자매의 대학 진학이 어렵다는 소식을 듣고는 이날 병원에서 장학금을 전달한 것.

이 회장은 이날 네 쌍둥이에게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성적으로 졸업하면 모두 길병원 간호사로 뽑겠다”고 약속했다.

황슬 양은 “부모님이 늘 아프셔서 잘 돌봐드리고 싶어 간호사가 되려고 했다”며 “대학을 졸업한 뒤 병원에서 일하며 가난한 이웃을 보살피고 싶다”고 말했다.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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