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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10월 20일 17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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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 충북 청풍(현재 제천) 출생인 노촌은 조선중기 4대 문장가로 꼽히는 월사 이정귀(月沙 李廷龜)의 12대손으로 명문가에서 태어나 일찍부터 한학에 정통했다. 노촌은 한말 의병활동과 항일투쟁을 펼친 가친과 숙부의 영향으로 일찍부터 항일정신을 키우다 사회주의사상에 경도됐다. 1943년 독서회 사건에 연루돼 1년간 옥고를 치른 그는 해방공간에서도 남노당원으로 활동하다 6·25 전쟁때 가족을 놔두고 월북했다.
북에서 따로 가족을 뒀던 그는 1958년 공작원으로 남파된 뒤 두 달 만에 검거돼 22년간 복역하다가 1980년 비전향 장기수로 출소했다.
한학에 조예가 깊었던 그는 장기수로 지내는 동안 옥중에서 신영복 성공회대 명예교수와 심지연 경남대 교수 등 시국사건 투옥자들에게 한문과 서예를 가르쳤다. 출소 이후 글로써 벗을 모은다는 뜻으로 '이문학회(以文學會)'라는 한학 관련 모임을 만들어 신경림 시인, 김영복 문우서림 대표, 사진작가 김문호 씨 등 1000여명의 제자를 키워냈다. 또 지난해 '글로써 벗을 모으고'라는 제목 아래 서예전을 개최하는 등 서예가로서 활약하기도 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필한(金畢漢)여사와 수의사 봉훈(¤勳) 씨 등 1남2녀가 있다. 빈소는 강북삼성병원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22일 오전 6시. 서울 종로구 낙원동 이문학회 앞에서 노제를 치룬 뒤 충북 수안보 선영에 안장될 예정이다. 02-2001-1096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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