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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10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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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경남 거제도 옥포조선소 탑재1팀 김근중(46) 반장의 명절은 남다르다.
성묘와 차례, 친지방문 외에 벽안(碧眼)의 기술연수생들에게 한국의 명절문화를 알려주는 ‘자원봉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씨는 2003년 설부터 명절마다 자신이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루마니아인 연수생들을 고향인 전남 강진으로 데려 갔다. 4년간 연수생 9명이 김 씨의 고향집을 방문했다.
그의 10번째 손님은 금발의 루마니아인 몰도베아누 트라이안(19) 씨.
김 씨와 트라이안 씨는 4일 오후 근무를 마치고 함께 강진으로 떠날 예정이다.
올해 2월 대우조선에 온 트라이안 씨는 한국의 추석 명절을 경험한다는 생각에 지난달부터 들떠 있다.
트라이안 씨는 “김 반장님과 한국의 명절을 같이 보낸다고 지난달 초 가족과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자랑을 했다”며 “한국에 함께 온 루마니아 동료들이 부러워한다”고 말했다.
김 씨가 명절에 외국인 연수생들을 데리고 가게 된 것은 젊은 나이에 이역만리 한국에 와서 조선기술을 배우는 열의에 감동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말도 잘 통하지 않고 생김새도 너무 달라 이질감이 느껴졌지만 젊고 순수하면서 배움의 열정으로 가득 찬 그들을 대하면서 친동생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김 씨는 지금까지 해왔듯이 트라이안 씨와 함께 먼저 고향에 가서 성묘를 하고 친지들을 만난 뒤 어머니가 계신 서울로 가 송편을 같이 만들고 차례를 지낼 계획이다.
특히 올해는 새로운 ‘한국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트라이안 씨에게 한국식으로 절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차례를 지낸 뒤 한강과 남산타워 남대문 등 서울 구경을 시켜주기로 했다.
매년 추석과 설에 외국인을 데려가다 보니 칠순 노모를 비롯한 김 씨의 가족들도 이제는 낯설어 하지 않고 그들과 함께 추석을 보내는 것을 즐거워하게 됐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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