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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9월 8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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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전남 순천시 남제동 주민자치센터 2층 한글 작문 교실.
올해 93세인 최폰례 할머니가 한글 교사가 불러주는 낱말을 공책에 또박또박 적었다.
한글 교실 학생이 된 지 한 달이 채 안 된 최 할머니는 '백수(白壽)'를 앞둔 노인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정한 모습이다.
귀가 조금 어둡긴 하지만 주름살 가득한 손으로 글씨를 반듯반듯하게 쓰고 돋보기도 끼지 않았을 정도로 시력도 좋다.
최 할머니가 한글 교실을 찾은 것은 우연이었다.
수업을 마치고 나오던 한글 작문 교실 학생들을 보고 호기심에 "무슨 잔치라도 열렸느냐"고 물은 것이 최 할머니를 교실로 이끌었다.
일제강점기 초등학교 과정도 제대로 마치지 못한 채 시집을 갔고 시부모 봉양에다 남편과 자식 뒤치다꺼리를 하다보니 어느새 환갑, 칠순을 넘어 증손자까지 둔 구순 나이가 됐다.
최 할머니는 "계약서나 영수증에 쓰인 글씨를 몰라 애를 태울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며 "못 배운 게 평생 한이었다"고 말했다.
한글교실에서 가장 신입이지만 1주일에 3번 진행되는 수업에 한 번도 결석하지 않는 모범생이다.
최 할머니는 "한글을 배우면 치매예방이 된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며 "건강이 허락하는 한 악착같이 배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글 작문교실 유순례(59) 교사는 "아마 최 할머니가 전국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학생일 것"이라며 "어려운 받침이 있는 글자는 아직 잘 쓰시지 못하지만 기본 글자를 읽는 데는 막힘이 없다"고 말했다.
순천=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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