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때 한 봉사라 보람 더 커요”

  • 입력 2006년 7월 31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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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생 교사’를 자청한 서울 대원외국어고 학생들이 경남 거제시 장목중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거제=조영제 인턴기자
‘고교생 교사’를 자청한 서울 대원외국어고 학생들이 경남 거제시 장목중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거제=조영제 인턴기자
25일 오전 녹음이 짙푸른 경남 거제시 장목면 장목중 교정은 방학을 맞아 한가했다. 아침부터 등교한 학생 20여 명은 약속이나 한 듯 2층의 한 교실에 모였다.

오전 9시경 삼삼오오 모여 웅성거리던 아이들의 눈이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앳된 선생님에게 쏠렸다. 수줍은 표정으로 교실에 들어선 이는 서울 대원외국어고 3학년 신상원(19) 군. 이 학교에 대원외고 유학반 3학년생 10명이 영어를 가르치러 온 것이다.

이들은 2월 교내에서 개최한 불우이웃돕기 자선콘서트에서 모은 성금을 어떻게 쓸까 고민하다 농어촌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기로 뜻을 모았다. 대원외고 한국인 교사 2명과 외국인 교사 1명이 동행했지만 직접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은 학생들의 몫이었다.

신 군 등은 5명씩 나뉘어 장목중과 일운면 지세포리 지세포중에서 29일까지 열흘간 매일 중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쳤다. 장목중은 전교생이 160여 명, 지세포중은 100여 명인 작은 학교다.

이들은 학생들이 지루해하지 않도록 회화, 문법, 팝송 등으로 프로그램을 짜 오전에는 수업을 하고 오후에는 축구 등을 하며 아이들과 벗이 되기도 했다. ‘서울에서 온 선생님’들을 어려워하던 ‘중학생 제자’들은 형이나 언니처럼 대해 주는 대원외고생에게 금세 마음을 열었다.

아이들은 “영어가 이렇게 재밌는 줄 몰랐다”고 말했다.

지세포중 2학년 박예진(15) 양은 “선생님과 나이차가 별로 안 나니까 친근하게 느껴지고 수업도 재미있다”면서 “진로에 대해서도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많은 자극이 됐다”고 말했다.

다음 달 2일 봉사활동을 마칠 예정인 이들은 “아이들에게 내가 가진 작은 것을 나눠 줄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면서 “이런 교류가 매년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 이 기사 취재에는 본보 인턴기자 조영제(강원대 일본학과 4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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