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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6월 2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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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욱이는 예전처럼 걷고 싶다. 먼 곳까지 걸어가 세상의 모든 것을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 이 마음을 담아 스케치북에 세계지도를 그렸다. 일기장에는 다른 아이들처럼 자유롭게 먼 곳을 가고 싶은 소망을 담았다.
이 일기장을 읽은 담임교사 안모두이루리(26·여) 씨는 동욱이의 사연을 난치병 자원봉사자가 많은 보안업체 ㈜캡스의 홈페이지에 올렸다. 안 씨는 “학기 초 자신이 걷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동욱이는 크게 낙담하고 있다”고 전했다.
희귀 난치병 어린이들의 소원을 들어 주는 ‘꿈은 이루어진다’ 행사를 열고 있는 동아일보사와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 ㈜캡스 등이 동욱이의 소원을 들어줬다.
21일 오전 11시. 동욱이와 함께 전북 김제시 봉남면 초처초등학교로 갔다. 이 학교 운동장에 띄워진 커다란 열기구가 눈에 들어오자 동욱이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어머니 김미영(33) 씨는 “걸을 수 없지만 생각이라도 바른 아이로 성장했으면 한다”며 “열기구를 통해 동욱이가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꿈은 이루어진다’팀은 동욱이에게 비행기를 태워 주려고 했다. 하지만 빠른 비행기는 탑승자가 세상을 내려다보기에 적절하지 않았다. 그래서 열기구로 바꿨다. 물론 이 사실은 동욱이에게 끝까지 비밀로 부쳤다.
동욱이가 탄 열기구가 떠오르자 초처초교 전교생 54명은 자신들의 소망을 담은 문구를 풍선에 적어 날렸다. ‘동욱아, 넌 해낼 수 있어. 힘내고 긍정적인 생각과 행동을 하고 열심히 운동하면 나을 수 있어-병국’ 등 제법 어른스러운 글귀도 눈에 띄었다.
열기구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는 동욱이는 찡그렸던 얼굴을 밝게 폈다. 자연스럽지는 않지만 움직일 수 있던 예전의 동욱이로 되돌아가는 것 같았다.
같은 반 한기택(11) 군은 “예전에는 장난을 치며 집에 같이 갔는데 지금은 그럴 수 없어 안타깝다”며 “동욱이의 병이 빨리 나아 함께 뛰어놀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원봉사자 ㈜캡스 서전주지사장 국영수(43) 씨는 “몇 차례 동욱이 집을 찾았는데 최근에는 아파서인지 도통 말이 없었다”고 했다.
이날 미열로 몸이 편치 않았던 동욱이는 자원봉사자들에게 “세상을 볼 수 있게 해 줘 고맙습니다”라고 말했다.
김제=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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