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지낸 분이 이렇게 사시다니”

  • 입력 2006년 5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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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보고 막 울었다. 세상에 몸을 누일 방 하나 없는 전직 국회의원이 있다니….”(전직 민주당 중진의원)

본보 2일자 A1·4·5면에 보도된 ‘전직 국회의원들 어떻게 사나’ 기사를 통해 컨테이너에서 힘겨운 여생을 보내는 박영록(朴永祿·84·4선·사진) 전 의원의 사연이 알려진 뒤 박 전 의원을 돕자는 움직임이 각계에서 일고 있다.

박 전 의원과 야당 생활을 함께 했던 10여 명의 전직 의원은 정대철(鄭大哲) 전 민주당 대표를 중심으로 모금운동을 벌여 12일 현재 목표액 3000만 원의 절반을 넘겼다. 모금운동은 “독일까지 가서 베를린 스타디움에 새겨진 손기정(孫基禎) 선수의 일본 국적을 지우는 등 민족정신 고취에 몸 바친 분의 처지를 나 몰라라 할 수 없다”는 전직 민주당 중진의원의 제안으로 시작됐다고 한다.

1980년대 초 박 전 의원이 이사장으로 활동했던 민주헌정연구회(민헌연) 출신들도 사발통문을 돌리고 있다. 민헌연 상임이사 출신인 김인수(金仁壽) 백범사상실천운동연합 대표는 “독재정권과 싸우면서 살던 분이 비참하게 사는 모습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고 말했다.

백강건설 회장을 지낸 권송성(權松成) 대우건설·성원건설 고문은 자신이 은퇴하는 날까지 매달 월급의 일부를 박 전 의원에게 보내겠다고 헌정회에 밝혔다.

헌정회 김형래(金炯來) 대변인은 “동아일보 기사를 계기로 박 전 의원을 돕고 싶다는 문의전화가 많다. 전직 의원들이 전부 제 욕심만 차리고 잘 먹고 잘사는 게 아니라는 현실이 알려진 것 같다”고 말했다.

각계의 성원에 대해 박 전 의원은 “공수래 공수거(空手來 空手去·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 인생이라 생각하고 살아왔는데 많은 분이 관심을 가져 주니 부담스럽고 부끄럽다”면서 “앞으로도 변함없이 민족단체들과 함께 못 다한 일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성원 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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