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아르바이트를 하던 경기 광명시의 식당에서 친구로부터 이화여대 인문학부 합격 전화를 받은 나정선(19) 양은 눈물을 훔쳤다.
나 양은 지난해 8월 어머니가 어려운 집안 사정 때문에 집을 나간 뒤 유일하게 믿고 의지해 온 아버지를 잃었다.
나 양의 아버지는 지난해 8월 건설 현장에서 벽돌을 나르다 뇌출혈로 쓰러진 뒤 이틀 만에 숨졌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석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나 양은 이때부터 중학교 2학년인 여동생을 돌보는 등 집안일을 도맡아야 했다.
밤 12시까지 학교에서 공부하다 돌아오면 집안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경제적인 어려움은 말할 것도 없었다.
이런 일에 흔들리는 나 양을 담임인 광명고 민경진(29·여) 교사가 잡아 줬다.
민 교사는 통역사의 꿈을 포기하고 전문대에 진학하겠다며 아버지가 계신 납골당을 찾아 울던 나 양을 설득했다. 그리고 이화여대 ‘소녀가장 특별전형’에 지원하도록 권유했다.
마침내 대학 입학의 꿈을 이뤘지만 기쁨도 잠시. 등록금과 여동생의 학비를 벌기 위해 나 양은 하루 11시간씩 아르바이트를 한다.
한겨울 도시가스가 끊어진 단칸방에서 지내며 이를 악물고 일하지만 목표한 만큼 돈이 모이지 않아 고민이다.
하지만 아무리 어려워도 대학에서 열심히 공부해 통역사가 되고 싶다는 꿈은 버리지 않을 생각이다.
나 양은 “간절히 원하는 바를 위해 노력하면 반드시 이뤄진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친구들에 비해 초라해 보이는 모습 때문에 늘 자신감이 없었지만 이젠 당당하게 어깨를 펴고 다닐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등록금이나 생활비가 걱정되기는 하지만 하늘에서 기뻐할 아버지를 위해서라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다짐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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