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를 타고 서울로 오다 깜빡 잠이 든 김 양은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가을 할머니’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꿈을 꿨다.
윤주는 외할아버지의 소개로 ‘청소년-어르신 사랑의 결연운동’에 참여해 ‘가을 할머니’ 방유자(66) 씨와 5개월 동안 e메일과 전화로 연락을 주고받아 왔다.
범국민예의생활실천운동본부에서 마련한 ‘청소년-어르신 사랑의 결연운동’은 손자 손녀뻘인 청소년과 할아버지 할머니 격인 노인 300쌍이 결연해 서로 연락을 하며 정을 주고받는 프로그램이다.
김 양은 머플러를 하고 선글라스를 낀 방 씨의 사진을 보고 따뜻하고 세련된 주황색과 잘 어울린다며 ‘가을 할머니’라는 애칭을 붙였다.
방 씨는 친손자가 모두 미국에 나가 있어 볼 수 없는 아쉬운 마음을 김 양과 나누고 있다. 그는 이번 크리스마스 때 김 양에게 멜로디 카드와 알록달록한 목도리를 보냈다.
처음에 쑥스러워하던 김 양은 이모티콘까지 넣어 예쁘게 보내 주는 ‘가을 할머니’의 e메일에 점점 마음을 열어 이제는 시험에서 1등한 얘기, 할머니에게 받은 사인펜을 친구들에게 자랑한 얘기 등으로 자주 e메일을 보낸다.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명륜동 성균관대 600주년 기념관에서 제1회 ‘청소년-어르신 사랑의 결연운동 만남의 날 행사’가 열렸다.
방 씨가 소포로 보내 준 목도리를 하고 행사장에 나타난 김 양은 “제가 오는 길에 꿈꿨던 것처럼 연보라색 예쁜 한복을 입고 오셨어요”라며 방 씨를 보고 활짝 웃었다.
이날 행사에는 방 씨와 김 양 외에 결연을 한 34쌍이 참여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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