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손발 18년 “81세 이장님 만세”… 국민포장 받는 조용구옹

  • 입력 2005년 9월 21일 03시 10분


81세의 고령으로 18년 동안 이장과 민방위대장을 지낸 노옹이 22일 민방위창설 30주년을 기념해 국민포장을 받는다.

‘백발 이장’으로 불리는 충남 공주시 반포면 학봉2리 조용구(趙龍九·81·사진) 이장.

그는 1987년 학봉2리 이장을 맡았다. “6개월만 맡아 달라”는 주변의 권유를 받아들였는데 벌써 2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조 옹은 “이장일은 누구나 하는 줄 알았다. 처음엔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마을이 국립공원 계룡산 자락에 위치해 있어 면사무소에서 나오는 문서를 90가구에 일일이 전달하려면 멀게는 4km까지 가파른 계곡을 걸어야 했기 때문.

9대째 이 마을에 살아 지형지물에 익숙한 조 옹의 능력은 재난재해 때 큰 힘을 발휘했다.

1998년 폭우가 쏟아지자 그는 계곡물이 동월계곡 마을을 덮칠 것으로 예상하고 야간에 민방위 대원을 긴급히 동원해 주민을 대피시켰다. 7가구 20명의 소중한 목숨을 구한 순간이었다.

계룡산 보호활동도 그의 몫. 봄과 가을에는 아들이 사 준 오토바이를 타고 마을과 계룡산 주변을 누비며 순찰활동을 벌인다. 덕분에 이 마을에서는 단 한 건의 산불도 발생하지 않았다.

김기유(金基裕·52) 반포면장은 “대문 앞 제설작업을 하지 않으면 이른 아침부터 대문을 두드리며 눈을 치우라고 성화하는 바람에 조 옹은 ‘만인의 시아버지’로 불린다”고 말했다.

조 옹은 “앞으로 젊은 사람이 이장을 맡겠지만 마을 일이라면 끝까지 참견하겠다”고 다짐했다.

공주=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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