死刑폐지 운동가 헬렌수녀,김수환 추기경 방문

  • 입력 2005년 5월 20일 19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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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추기경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혜화동 주교관으로 찾아온 미국의 사형폐지운동가 헬렌 프리진 수녀(왼쪽)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
김수환 추기경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혜화동 주교관으로 찾아온 미국의 사형폐지운동가 헬렌 프리진 수녀(왼쪽)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
영화 ‘데드맨 워킹’의 원저자이자 주인공의 실제 모델로 세계적 사형폐지 운동가인 미국인 헬렌 프리진(66) 수녀가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혜화동 주교관으로 김수환 추기경을 예방했다.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초청으로 방한한 헬렌 수녀는 이날 김 추기경과 만나 “사형제가 사회 정의의 실현 수단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는 잘 모르고 하는 얘기”라며 “미국에서 대부분의 사형수들은 가난한 사람들로 밝혀졌으며, 한 대학생단체의 조사 결과 119명이 사형 언도를 받았다가 무죄로 풀려난 적도 있다”고 말했다.

김 추기경은 “예수님도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의 법을 부정했다”며 “다른 사람의 목숨을 빼앗았다고 해서 가해자의 목숨을 똑같이 빼앗겠다면 이는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의 법과 다를 게 없다”고 지적했다.

두 사람은 과거 자신들이 목격했던 사형수들의 최후 모습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사형 폐지론에 공감했다. 헬렌 수녀는 미국에서 사형수 6명을 사형 집행시간까지 동행하며 영적인 상담을 해주고, 살인 희생자 가족들을 위해 일하기도 했다.

김 추기경은 이날 자리를 함께한 고정원(高貞元·63) 씨가 연쇄살인범 유영철에게 가족을 잃은 후 천주교 신자가 돼 그를 용서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말 대단하다”고 칭찬하며 축복을 내렸다.

이날 접견에는 열린우리당 유인태(柳寅泰), 한나라당 김형오(金炯旿), 민주노동당 노회찬(魯會燦) 의원 등 ‘사형제폐지특별법안’ 발의를 주도하고 있는 국회의원 3명도 자리를 함께했다. 이 법안은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돼 있는 상태다.

헬렌 수녀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대성당에서 ‘21세기 사형 폐지: 가해자와 피해자 간의 화해와 용서’를 주제로 강연했으며 21일 출국한다. 헬렌 수녀는 지난해 12월 두 번째 저서 ‘무고한 사람들의 죽음’을 펴냈다.

윤정국 문화전문 기자 jk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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