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비만 치료길 열린다…韓人유학생 유발 효소 발견

  • 입력 2004년 8월 12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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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과 비만을 일으키는 단백질(효소)이 한국인 유학생에 의해 처음 발견됐다. 이에 따라 비만 등을 근본적으로 치료하고 예방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전망이다.

스위스 바젤대 프리드리히 미셔 생의학연구소 박사과정을 이수하고 있는 엄성희씨(32·사진)가 주도한 연구팀은 생쥐에게 고지방식 음식을 먹였을 때 ‘S6K1’이라는 효소가 비정상적으로 과대하게 활성화돼 당뇨병과 비만을 일으키게 한다는 점을 발견했다고 12일 밝혔다.

관련 연구논문은 영국이 발행하는 세계적인 과학전문지 ‘네이처’ 에 소개됐으며, 엄씨는 11명의 저자 가운데 가장 기여도가 큰 ‘제1저자’로 등록됐다.

S6K1은 아미노산 등 영양분이나 인슐린이 공급되면 세포가 성장할 수 있도록 매개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당뇨병과 비만에 관련된다는 점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엄씨는 본보와의 국제전화에서 “S6K1이 결핍된 생쥐를 만들어 직접 해부해 체내 지방상태를 확인한 결과 보통 생쥐보다 지방 양이 현저하게 줄어들어 있고 인슐린 기능도 정상이라는 점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엄씨는 이번 논문으로 9월에 박사학위를 받으며 이후 미국에서 박사후연구원 과정을 밟을 예정이다.

성균관대 약학부의 한정환 교수는 “당뇨병 환자의 85%가 비만에 걸려 있다”며 “이번 연구결과를 토대로 S6K1의 활성을 억제하는 약물을 개발한다면 당뇨병과 비만의 예방과 치료에 획기적인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엄씨는 성균관대 약학부에서 학사와 석사과정을 마친 후 1999년부터 스위스 바젤대에서 연구해 왔다.

김훈기동아사이언스기자 wolf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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