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서동광씨 유족 “고인 뜻기려 장기기증”

  • 입력 2004년 4월 20일 18시 43분


뇌사 판정을 받은 50대 남성이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 5명에게 자신의 장기를 남겨주고 먼 길을 떠났다.

장기를 기증한 주인공은 경북 포항시 북구 덕수동에서 자영업을 해 온 서동광(徐東光·51)씨.

식용얼음 제조업체를 운영해 온 서씨는 2일 과로로 쓰러져 포항 선린병원에서 치료를 받아 오다 16일 대구 계명대 동산의료원으로 옮겨졌으나 뇌사 판정을 받았다.

서씨 가족은 ‘소생이 어렵다’는 의료진의 진단에 따라 장기를 기증하기로 했다. 생전에 어려운 이웃을 돕는 활동에 헌신해 온 서씨의 뜻을 받들기 위해서다.

동산의료원 장기 이식팀은 17일부터 이틀에 걸쳐 서씨의 간과 신장, 각막 등을 적출한 뒤 만성질환을 앓아 오던 4명에게 이식하는 수술을 실시했다.

서씨의 각막은 각막혼탁 증세를 앓아온 김모씨(23)와 이모씨(42)에게, 간은 간경화로 고생하던 조모씨(42)에게, 신장 1개는 만성 신부전증에 걸린 오모군(12)에게 각각 이식됐다.

서씨의 남은 신장 1개는 삼성서울병원으로 옮겨져 또 다른 신장 질환자에게 이식됐다.

노모와 할머니를 봉양해 온 서씨는 생전에 경로당을 수시로 찾아 홀로 사는 노인들에게 경로잔치를 베풀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부인 김옥희씨(49)는 “비록 얼굴도 모르는 이웃들이지만 이들에게 장기를 아낌없이 준 남편이 홀가분하게 하늘나라로 떠났을 것 같다”며 “생전에 어려운 이웃을 도와 온 남편도 기꺼이 장기 기증을 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정용균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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