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누락=용퇴’관행깨고 정년퇴임 김기수 서울지법부장판사

  • 입력 2003년 10월 7일 19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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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벌려고 했다면 벌써 사표 내고 변호사 개업을 했을 것입니다. 승진에 구애받지 않고 판사의 막중한 임무에 늘 충실하려 노력하다보니 어느덧 정년이네요.”

7일 63세로 정년퇴임한 김기수(金基洙) 서울지법 북부지원 수석부장판사는 26년간의 법관생활을 마감하며 후배 법관들에게 “주어진 소명을 다하라”는 마지막 말을 남겼다.

김 부장판사는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에서 누락되면 변호사 개업을 하는 법원의 관습을 깨고 1999년 고법 부장판사 승진에서 제외된 이후에도 끝까지 법원을 지켜왔다. 최근 대법원이 고법부장 승진 누락시 용퇴해오던 관행을 없애겠다는 방침을 밝힌 터여서 그의 정년퇴임에 더욱 시선이 끌린다.

지방법원 부장판사급으로 정년퇴임을 맞이한 법관은 74년 이중근 부산지법 진주지원장, 79년 허진명 광주지법 목포지원장 이후 김 부장판사가 세 번째다.

“승진 안됐다고 그만두는 관례는 잘못된 것 같습니다. 외국에서는 종신제 법관으로 운영되는 곳도 많은데 ‘대단하지도 않은 나이’에 법원을 떠나려니 아쉬운 마음이 앞섭니다.”

그는 최근 소장판사들의 사법개혁 요구에 대해 “일부 법관의 주장을 전체로 인식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대법관 되려고 판사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판사들은 인사 보직 등에 신경 쓰면 안 됩니다. 자존심과 긍지를 소중히 하는 법관에게 서열 파괴나 인적 청산이라는 말은 적절치 않은 것 같아요.”

김 부장판사는 1964년 전북대 법대를 졸업했으며 1976년 서른여섯의 늦은 나이에 17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사법시험 동기. 1977년 전주지법 판사로 법관 생활을 시작해 창원지법 부장판사, 수원지법 부장판사, 서울지법 부장판사 등을 역임했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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