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뒤엔 용감한 어머니 있었죠" …홍여형-홍사민자매 延大우등졸업

  • 입력 2003년 2월 11일 18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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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 언니가 서울지역 특수교육 교사가 된 데 이어 지체장애 동생이 연세대 의대를 우등으로 졸업한다. 이들 뒤에는 ‘꿈을 불어넣어 준’ 어머니가 있었다.

24일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는 홍사민(洪思民·25·여)씨는 지체장애 4급. 걸을 때 왼쪽 다리를 전다. 세 살 때 왼쪽 다리 고관절(골반과 허벅지를 잇는 관절)에 염증이 생겨 중학교 2학년 때까지 해마다 병원에서 다리뼈를 교정하는 수술을 받았기 때문이다. 겉보기에는 정상적이고 3000∼4000m를 쉬지 않고 수영할 수 있는 체력이지만 아직도 오래 걸으면 관절 부위에 통증을 느낀다.

“내가 장애인이라고 생각한 적은 거의 없어요. 초등학교 1학년 운동회 때 선생님은 말렸지만, 어머니는 함께 뛰자며 손을 잡아끌었어요. 끝까지 달렸지요. 어머니는 저희를 비장애인과 똑같이 키우셨어요.”사민씨의

언니 여형씨(27·청각장애2급)는 5일 장애인으로는 처음으로 서울지역 초중등 특수학교 교사에 임용됐다.

그는 5세 때 청각장애 판정을 받았다. 보청기 없이는 지하철 소리조차 못 듣는 상황. 그러나 각고의 노력 끝에 우리 말 발음은 비장애인과 진배없을 정도다.

사민씨는 어머니 이희자씨(50)가 여형씨에게 말을 가르칠 때 어깨 너머로 글을 깨우쳤다. 나중에는 언니에게 어려운 단어를 가르쳐 주기도 했다.

며칠 사이 연거푸 좋은 소식을 접한 어머니 이씨는 11일 기자와 만나 “착하고 예쁘고 공부 열심히 한 딸들”이라며 자랑스러워했다.

이씨에게 있어서 어린 시절 두 딸에게 닥친 불행은 큰 시련이었다. 홍익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여러 대학에 출강도 했지만 일단 두 딸을 위해 본업을 접고 두 아이를 키우는 ‘아르바이트’에 전념했다.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생각으로 아이들을 돌봤어요. 두 아이가 나를 필요로 할 때 항상 그 곁에 있어주겠다는 생각이었어요.”

사민씨는 의대 6년 동안 특별장학금을 받으며 공부했고 평점이 4점대를 웃돌았다. 앞으로 인턴 과정을 거쳐 뇌에 대한 연구를 해볼 생각이다. 여형씨는 초등학교를 돌며 교사 연수에 신이 나있다. 딸들이 결혼을 해도 자신의 ‘아르바이트’는 계속해야 할 것 같다는 이씨는 “어디 좋은 신랑감 없느냐”고 물었다.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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