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고시 합격 뇌성마비장애 최은형씨

  • 입력 2002년 12월 27일 20시 21분


“장애인이라고 시험 보는 데 특별대우는 물론 불이익도 받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글 쓰는 것이었습니다.”

27일 발표한 제38회 기술고등고시에 2급 뇌성마비 장애인으로서 처음으로 최종 합격한 최은형(崔銀亨·26)씨. 최씨는 ‘장애인이어서 공부하고 시험 보는 데 애로사항이 많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오히려 의아스럽다는 표정으로 이렇게 대답했다.

최씨의 이 같은 태도는 대학졸업 때까지 항상 일반인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스스로 장애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은 그의 생활관에서 비롯된 것이다.

태어난 지 1년 만에 뇌성마비 판정을 받은 최씨는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한번도 장애인을 위한 특수교육을 받지 않았다. 고등학교 때까지 혼자 버스 통학을 할 정도로 일반인과 똑같은 학교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자영업을 하는 부모의 뜻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최씨의 강한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

부천고를 졸업하고 1995년 서울대 산림자원학과에 입학한 그는 대학시절 기숙사 생활을 했으며 1999년 졸업 후 같은 과 대학원에 진학해 공부를 계속하던 중 2000년 고시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고시 공부를 시작한 지 4개월 만에 1차 시험에 합격한 최씨는 집 부근 시립도서관에서 하루 7시간씩 책과 씨름한 끝에 2년 만인 이번 임업직 2차 시험에 당당히 합격했다.

그는 “OMR답안지를 쓰는 1차 시험은 중학교 때부터 각종 시험에서 워낙 단련이 돼 큰 불편이 없었다”며 “하지만 주관식이 많은 2차 시험은 나처럼 손놀림이 느린 장애인들에게 시간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임업직에 합격해 앞으로 산림청에서 근무하게 될 최씨는 “전공분야인 생태관련 업무에 종사하고 싶고, 연구직과 행정직 중 어느 분야를 선택할지는 좀 더 생각해 봐야겠다”고 밝혔다.

강인하게 키워 준 부모님에게 가장 감사하다는 최씨는 자신과 같이 고시에 도전하려는 장애인들에게 “남들보다 여건이 좋지 않은 만큼 훨씬 더 많이 노력해야 하지만 희망을 잃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이현두기자 ru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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