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에 바란다]"총리서리 철저검증 돋보여"

  • 입력 2002년 9월 11일 18시 44분


동아일보 제2기 수도권 독자위원회의 5차 회의. 왼쪽부터 유영미 하희선 장혜진 최항서 강지원 권성원 안상욱 독자위원 - 석동률기자
동아일보 제2기 수도권 독자위원회의 5차 회의. 왼쪽부터 유영미 하희선 장혜진 최항서 강지원 권성원 안상욱 독자위원 - 석동률기자

동아일보 ‘제2기 서울 및 수도권 독자위원회’ 제5차 회의가 8월 30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20층 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모임에는 서울 및 수도권 지역 독자위원 8명이 참석했으며 본사에서는 문명호 오피니언팀장이 참석했다. 한편 동아일보 호남권 독자위원회 제2차 회의는 독자위원들의 바쁜 일정 때문에 e메일 회의로 대체됐다. 독자위원들은 8월의 지면을 꼼꼼히 분석하고, 새로운 기획 아이디어 등도 함께 제시해 주었다.

▼서울 및 수도권▼

▽안상욱〓경마중계식 ‘재해 보도’를 바꿀 필요가 있다. 태풍 보도를 보면 태풍의 진로, 피해 상황, 복구 작업, 시름에 잠긴 이재민 등 단순 중계식 보도는 많으나 정부의 재해 예방 및 복구지원 보상시스템을 제대로 짚는 기사가 없다. 독일 미국 일본 등에서는 왜 큰 재해가 일어나도 자살하는 이재민이 없는가를 살펴봐야 한다. 정부와 언론이 좀 더 관심을 가져야 외국처럼 민간 금융시스템도 재해 복구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8월 2일자부터 경제섹션에 게재되는 ‘가치투자 성공일기’ 시리즈는 증시의 효율성과 기업회계의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장기 가치투자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어 투자자를 오도할 우려가 있다.

▽권성원〓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후보 아들의 ‘병풍’ 관련 보도에 대해 동아일보는 기본적으로 ‘병풍 공방 지겹다’나 ‘정당간 공방’식의 냉소적인 구경꾼 태도다. 가령 ‘병적기록표의 오기 투성이’ ‘서울대병원 진단서’ 등 사건의 실체엔 접근 노력조차 하지 않고, ‘이해찬 의원의 병풍유도 발언, 수사검사의 교체 문제’ 등에 관해서만 크게 취급했다. 사설에서도 ‘김대업 테이프 내놔라’ 했다가 테이프를 내놓으니까 ‘테이프 믿을 수 없다’는 식으로 발뺌하기도 한다. 최규철칼럼 ‘그 오만 끝이 없구나’(15일자)와 ‘병풍 신당 협주곡’(29일자)은 감정적이고 생경한 표현이 정론지의 용어 선택으로는 부적절한 것 같다.

▽최공필〓신문마다 증면경쟁이 벌어지는 경제섹션의 정보는 페이지가 많다고 해결되는 문제는 전혀 아니다. 경제현상의 흐름을 꿰뚫고 정확한 분석을 짚어 전달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서는 너무 피상적으로 원인과 대책을 다루는 것 같다. 가령 한은에서 금리를 제때 인상하지 않아 부동산값이 폭등한 것처럼 설명하고, 대책으로 금리인상을 제시하기도 하나 가계부문 대출이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상환대책도 없는데 금리를 갑자기 높인다면 개인파산과 금융부실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최항서〓26∼28일자에 장대환 총리서리 인사청문회 기사에서 밝혀야 할 의혹에 대해 사안과 해명, 남는 의혹 등을 도표로 잘 정리해 쟁점 파악에 도움이 됐다. 두 번에 걸쳐 총리 임명동의안이 부결됐는데 청와대의 인사검증 시스템의 문제를 심층분석한 기사가 없어 아쉬웠다. ‘기자의 눈’을 오피니언면 외의 각 지면에 싣는 것은 생생한 느낌을 준다.

▽장혜진〓12일자 ‘새로운 세계화 공동체마을 현장에 가다-도쿄 오히라 농원’과 5일자 ‘인터넷 자선 세계의 부를 나눈다-플라넷 파이낸스’는 21세기에도 전통적인 가치를 제대로 지켜낼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줘 무척 감명 깊었다. ‘위크엔드’ 1면이 사람 이야기, 꽃·패션 이야기 등 매번 바뀌니 정체성 파악이 힘들다. ‘위크엔드’가 주말 레저 전문지로 거듭나기를 원한다.

▽하희선〓19일자 D1 건강면 ‘죽염〓건강식품 흔들린다’는 죽염의 다이옥신 논란을 심층적으로 다뤄 큰 도움이 됐다. 앞으로 신문광고에 자주 등장하는 다이어트 식품, 가시오가피, 인진쑥, 유기농 채소 등에 대해서도 의학계와 민간요법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어 안전문제를 심층 취재해 주었으면 한다. ‘수재민을 도웁시다’는 성금모금 기사가 요즘엔 투데이면에 작게 실려 눈에 잘 안 띈다.

▽유영미〓23일자 위크엔드 ‘연예계 비리 수사관련 해외잠적 서세원씨 부인 서정희씨’ 기사는 남편이 왜 도피 중인지에 대한 설명은 없이 서씨에게 동정적인 내용만 실어 황당했다. 여성 월간지의 가십거리 기사 같았다. 9일자 위크엔드 ‘연예계 비리 룸살롱 접대현장’은 독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공간을 여기자가 섬세하게 접근 취재해 흥미로웠다. 14일자 C8면 ‘델라구아다’ 체험기에는 여배우의 팬티, 남자배우의 엉덩이가 보이는 사진이 실렸는데 매우 당황스러웠다.

▽강지원〓장대환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검증에 동아일보가 선도적인 역할을 한 것은 동아일보의 지사적 풍모를 다시 한번 확인한 것으로 장안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21세기엔 여성의 능력 개발이 중요하므로 신문에서도 정치 사회 문화 등에서 여성의 역할을 늘리는 데 힘을 써 주었으면 한다. 또한 10대 청소년들도 단순히 교육의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주인공으로 신문에 등장시켰으면 한다. ‘위크엔드’ ‘You & Me’ ‘투데이’ ‘메트로-이슈와 화제’ 등의 제목은 면의 성격과 활자 디자인, 위치 등을 재검토했으면 한다.

▼호남권▼

▽이정훈〓8월28일자 A29면 ‘웃음으로 희망을 뿌렸습니다’는 코미디언 이주일씨를 진심으로 추모하는 마음을 느끼게 해주는 기사였다. 그러나 관련기사가 A19, 30, 31면에 나뉘어 실려 산만한 느낌이 들었다. 6∼17일까지 연재된 ‘한중 수교 10주년 변화의 현장’은 대부분이 한중관계를 한국인의 시각으로만 본 것이어서 아쉬움이 남는다. 지난 월드컵 때 보았듯이 중국에서는 뜨거운 한류 열풍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대해 그리 좋은 시선만으로 보고 있지는 않았다. 이번 시리즈에 중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의식이 어떻게 변해 왔는지 살펴보았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최영애〓언론에서 대통령선거만 중요시하다 보니 각 시도에서 벌어지는 교육위원이나 교육감 선거에 너무 무관심한 것 같았다. 특정 선거인단만으로 치러지는 선거라 금품이 오가는 등 혼탁 과열이 극에 달했다. 정치 지면의 절반만 할애해 다뤄 주었어도 좋았을 것이다. 앞으로 계속 방치해 둘 경우 우리 2세들의 교육현장이 엉망이 될 수 있다.

▽황준연〓10일자 A6면 동아광장 ‘병풍에 날아간 정치’를 보면서 병역비리에 대한 동아일보의 시각에 심한 이질감을 느낀다. 사회지도층 인사의 병역면제 비율이 일반인들보다 높은 것은 사회지도층 인사 자제들의 신체적 결함 비율이 높아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병적기록표가 정상적인 것과는 다른 점이 많이 발견되는데 동아일보에서 그런 문제는 가능하면 조그맣게 보도하고, 김대업 수사 참여와 병풍 유도만 크게 보도하는 것은 형평에 맞는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13일자부터 3회에 걸쳐 연재한 ‘재건축 커넥션·조폭 관련’은 재건축 비리 문제를 적극적으로 용기있게 보도한 기사로 생각한다. ▽이정훈〓예전에 국제면에 해외토픽이라는 짤막하지만 재미있고 유쾌한 토막뉴스가 있었다. 아침에 바빠도 해외토픽은 꼭 읽고 출근했고, 사람들과 대화할 때도 잠시나마 웃음을 만들어 주는 소재였던 것 같다. 해외토픽과 비슷한 칼럼이 생겼으면 좋겠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서울 및 수도권 독자위원 참석자▼

최항서(26)

연세대 대학원생(사회학)

장혜진(32)

경기 고양시 일산구 서울학원

국어강사

유영미(33)

SK텔레콤 콘텐츠개발 담당 과장

권성원(36)

법무법인 오로라 변호사

안상욱(39)

크레포스 대표

하희선(42)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코디네이터

최공필(45)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강지원(53)

서울고검 검사

어린이청소년포럼 대표

▼호남권▼

이정훈(29)

이리북초등학교 교사

전북 익산

최영애(40)

광주바른선거실천모임 사무국장

황준연(44)

공인회계사·전북 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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