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식 아버지 살리려던 17세 아들 '통곡의 孝心'

  • 입력 2000년 2월 3일 18시 01분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강남성모병원 17호 영안실. 전날밤 하늘로 떠난 아버지의 영정 앞에 무릎을 꿇은 이효상군(17·경기 안산시)의 두눈에는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병원에서 그를 지켜본 사람들로부터 ‘요즘 흔치 않은 아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지극한 효심을 지닌 그였기에 자신의 간을 떼어내서라도 살리려던 아버지를 데려간 하늘이 원망스럽기만 했다.

효상군의 아버지 이하주씨(44)가 경기 안산시에서 벌이던 스포츠용품 사업이 IMF파고에 떠밀려 끝내 부도를 맞은 것은 98년. 집마저 경매에 들어가 월셋집을 전전하며 어머니(45)의 공공근로로 어려운 생활을 이어가야 했지만 이들에게 더 큰 걱정은 사업이 실패하면서 급속히 악화된 아버지의 간경화증이었다.

급기야 지난해 말 입원한 이씨에게 병원측은 누군가의 간을 이식받지 못하면 6개월을 넘기기 힘들다는 진단을 내렸다.

일하러 나간 어머니를 대신해 학교를 빠져가면서까지 아버지를 간호하던 효상군은 의사와 가족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에게 내 간을 이식해달라”고 호소했다. 평소에도 남다른 효성으로 부모님이 아플 때마다 병간호를 도맡아 학교에서 주는 효행상만 3번이나 탈 정도로 효심이 깊었던 그였기 때문이다. 결국 지난달 18일 12시간이 넘는 대수술 끝에 효상군의 간 절반이 떼어내져 아버지에게 이식됐지만 아버지는 끝내 병상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사경을 헤매다 10여일 만에 눈을 감고 만 것이다.

효상군의 가족에게는 아버지를 여읜 슬픔에 더해 또 하나의 큰 걱정이 남았다. 5000만원이 넘는 수술비를 갚을 길이 없기 때문이다. 011-9723-5941

<박윤철기자>yc9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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