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옥 양평서장, 러브호텔과 전쟁…밤새 순찰 강행군

  • 입력 2000년 1월 12일 20시 04분


서울 종암경찰서 관내 유흥업소만 떨고 있는 게 아니다. 경기 양평의 러브호텔 배달전문다방 등에도 요즘 ‘비상’이 걸렸다.

경기도내 최초의 여성 경찰서장으로 6일 부임한 김인옥(金仁玉·48)양평경찰서장이 퇴폐행위를 일삼는 유흥업소의 불법영업을 뿌리뽑겠다고 다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서장의 지난 1주일은 강행군의 연속이었다. 김서장은 매일 오전 6시 출근해 1주일동안 관내 12개 파출소를 모두 돌아보았다. 상수원 보호구역에 있는 환경시설과 오염물질 배출업소에 대한 현황파악도 마쳤다.

김서장이 남한강 주변에 널려 있는 러브호텔과 카페 배달전문다방 등에 대한 순찰을 끝내고 관사로 돌아가는 시간은 자정 무렵.

김서장은 “향락 퇴폐행위를 일삼는 업소에 대해서는 스스로 정화할 기회를 주겠지만 가정을 파괴하거나 미성년자의 영혼을 썩게 하는 매춘 영업을 계속할 때는 철저하게 단속해 처벌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런 소식이 전해지자 관내 125개 다방과 109개 호텔 업주들은 모임을 갖고 “미성년자 매춘이나 불법영업은 절대 하지 않겠다”고 결의하는 등 몸을 사리고 있다.

김서장은 “미성년자 매춘은 물론 팔당상수원을 파괴하는 환경사범과 농축산물절도범이 관내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리산 공비토벌대장이었던 김호연씨(89년 사망)의 맏딸로 72년 순경 공채로 경찰에 투신한 김서장은 아직 미혼. 경남 의령서장으로 있을 때도 요란한 캠페인이나 실적 위주의 활동 대신 내실있는 치안서비스를 강조했다. 소년소녀가장 돕기와 건전한 가정지키기 등을 중시하는 그는 파출소를 순시할 때는 푸짐한 야식을 싸들고 가 ‘누님’으로 통한다.

<양평〓박종희기자>parkhek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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