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대주교, 평생모은 5억 장학금 기탁

  • 입력 1999년 2월 9일 08시 15분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진석(鄭鎭奭)대주교가 사회복지에 일생을 바칠 것을 결심한 이들의 배움터인 한 가난뱅이 대학에 일평생 모아온 전재산을 내놓았다.

정대주교는 내달 2일 개교하는 꽃동네 현도사회복지대학교(총장 오웅진·吳雄鎭신부)에 5억원이 담긴 통장을 최근 장학금으로 기탁했다.

대학측은 9일 충북 음성 꽃동네에서 열리는 오신부의 초대총장 취임식에서 ‘정진석장학재단’의 설립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현도사회복지대는 ‘의지할 곳 없고 얻어먹을힘조차없는’ 이들의 보금자리인꽃동네를운영해온 오신부가 전문봉사자를 양성하기 위해 충북 청원에 세운 학교법인.

오신부는 23년전 단돈 1천3백원으로 꽃동네를 시작, 매달 1천원씩의 회비를 내는 85만여 회원의 도움으로 오늘의 꽃동네와 현도사회복지대를 만들었다.

정대주교가 내놓은 5억원은 그가 61년 사제서품을 받은 이후 신도들이 “생활비에 보태쓰시라”며 한푼 두푼 내놓은 돈을 40년 가까이 모아온 것.

가난한 어린시절을 보낸 정대주교는 바지 한 벌을 18년간이나 입을 정도로 청빈함을 몸소 실천해 왔다. 70년 꽃동네가 있는 청주교구의 주교가 된 뒤에도 한여름에 에어컨을 켜지 않고 지냈을 정도였다.

오신부는 “대주교님께서는 청주교구장 재임 시절부터 꽃동네 일을 전폭적으로 지원해 주셨다”면서 “꽃동네의 오늘을 있게 하신 분은 하느님이시지만 하느님의 뜻이 이뤄지도록 보살펴주신 분은 대주교님”이라고 회고했다.

오신부는 “대주교님의 소중한 뜻을 받들어 오직 사랑의 힘만으로 대학을 꾸려가겠다”며 “1백20명의 학생에게 모두 장학금을 지급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기도를 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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