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신춘문예 동화당선 정리태씨의 思父曲]

  • 입력 1999년 1월 3일 20시 51분


“아빠, 나는 아빠의 피를 이은 딸이 틀림없어요. 아빠 동화의 피가 내 동화의 새싹으로 피어나잖아요.”

올해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화부문에 당선된 정리태(丁利泰·21·서울예대 문예창작과)씨. 그는 동화작가 정채봉(丁埰琫·53)씨의 딸이다.

아버지 정씨가 7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화부문에 당선(‘꽃다발’)된지 26년만인 올해 딸 리태씨도 신춘문예 당선(‘굴뚝에서 나온 무지개’)의 영광을 안음으로써 부녀(父女)동화작가가 탄생했다.

그러나 딸 리태씨는 요즘 마음놓고 당선을 기뻐할 수가 없다. 아버지가 큰 수술을 받고 병원에 입원해 있기 때문이다. 매일 병실에서 아버지를 간호해야 한다. 그래서 아버지의 눈매를 빼닮은 리태씨의 눈엔 깊은 슬픔과 함께 아버지의 쾌유를 비는 갈망이 담겨 있다.

아버지 정씨가 암으로 서울의 한 병원에 입원한 것은 지난해 11월. 리태씨가 동화를 쓰기로 마음먹은 것도 이 무렵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리태씨는 시와 소설쓰기에 전념한채 동화는 가슴 한편에 막연한 그리움으로만 남겨두고 있었다.

“동화를 써 드리면 입원 중인 아빠께 위로가 될 것 같았어요.”

이같은 딸의 정성 덕분인지 지난달말 아버지 정씨의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고 이제 이달말이면 퇴원할 수 있게 됐다.

조금씩 건강을 회복해가는 아버지에게 딸의 신춘문예 당선은 두고두고 대견스러운 일이다. 아버지가 병마와 싸우고 있는 동안 딸은 그 아버지를 위해 문학을 할 정도로 훌쩍 커버린 것이다.

“품 안에 있는 어린애인줄 알았는데 이렇게 동화를 써서 당선되다니, 그것도 나와 인연이 깊은 동아일보에….”

생각할수록 자랑스러운 딸이지만 아버지는 그래도 “모든 문학의 근본인 시나 소설을 더 열심히 썼으면 좋겠다”는 사랑의 조언을 빠뜨리지 않았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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