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강치봉씨, 대학로 카페 30여곳에 벽화

  • 입력 1998년 10월 19일 19시 25분


‘도시의 미술가’ 강치봉씨(43)의 캔버스는 밤을 밝히는 카페의 실내외 벽. 오늘도 그의 벽화를 배경으로 사람들은 술을 마시고 이야기하며 추억을 만든다.

강씨의 그림으로 인테리어한 곳은 서울 압구정동 패션매장 ‘사일로’, 종로의 ‘울리불리’ ‘자이언트’, 부산 남포동의 ‘고려당 제과점’ 등 전국 80여 업소. 특히 서울대학로에는 라이브 재즈카페 ‘천년동안도’ 등 30여 업소가 강씨 작품으로 장식돼 ‘벽화타운’을 형성하고 있다. 역동적인 슛을 하는 마이클 조던(스포츠바), 말등에서 대금을 부는 선비(한식당), 재즈를 연주하는 흑인들(재즈카페), 영화 ‘로마의 휴일’의 한 장면(이탈리아 레스토랑)…. 카페의 분위기와 메뉴, 고객층에 따라 그림도 달라진다.

지난해 초겨울 경기 성남시 분당의 ‘더 헌터스’에서 작업할 때는 첫눈이 내렸다. 너무 좋아 자동차 헤드라이트를 켜놓고 모닥불을 쬐어가며 밤샘 작업을 했다고.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뒤 한미문화원 강사로 재직하던 강씨가 벽화를 그리기 시작한 것은 80년대말. 미국 뉴욕으로 간 그는 자유분방한 벽화가 가득한 거리를 보았다. 벽화는 더이상 ‘낙서’가 아니라 ‘예술’이었다.

“거의 무한한 공간에서 대중과 접할 수 있는 예술입니다. 삭막한 회색 벽과 어지러운 네온사인만 번쩍이는 서울의 거리도 인간미 넘치는 그림으로 가득차길 기대합니다.”

〈전승훈기자〉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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