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추기경 『87년 김대중씨에 黨맡으라고 권유했다』

  • 입력 1998년 6월 30일 20시 01분


30년만에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직을 떠난 김수환(金壽煥)추기경이 방송인 모임인 여의도클럽 초청으로 30일 정오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다음은 일문일답.

―추기경께서는 송별 미사 강론때 ‘서울대교구장으로 있으면서 도망치고 싶고 짐을 벗고 싶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고 하셨는데….

“주로 70년대 유신정권 시절이었습니다. 정부와의 긴장과 갈등관계에 있었죠. 교회내에서도 내가 너무 반정부적이라고 비판하는 이들이 있었고 정부에서는 로마교황청에 사람을 보내기도 했어요. 상황이 심각해 당시 도세나교황에게 ‘교회를 위해 제가 물러나야 되지 않겠습니까’라고 상의를 드린 적도 있었죠.”

―추기경께서는 71년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성탄미사에서 처음으로 대사회 메시지를 발표한 이래 많은 사회적인 발언을 해오셨습니다.

“87년 6·10항쟁때가 기억에 남습니다. 날마다 학생 회사원 시민들이 모여 시위를 벌이던 명동성당에 경찰을 투입하겠다는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그때 학생들을 잡아가려면 나와 신부 수녀들을 먼저 잡아가라고 말해 경찰 투입을 저지했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 대선때 야권단일화를 성사시키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김영삼씨가 먼저 대통령을 하고 김대중씨에게는 당을 맡으라고 권유했었습니다. 당시 군이 김대중씨를 받아들이지 않을 위험이 있었기 때문이었죠.”

―역대 대통령과 많은 대화를 하셨는데….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다면….

“대부분의 대통령은 일방적으로 말을 하는 식이었습니다. 그중 유일하게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눈 상대는 박정희대통령이었습니다. 지학순(池學淳)대주교가 중앙정보부에 잡혀갔을 때였죠. 청와대에서 박대통령과 1시간반 동안 종교의 역할, 언론 자유, 노동문제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박대통령과는 또 72년4월 진해 해군사관학교 졸업식장에 가기위해 7시간 동안 함께 기차여행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후에는 모 대통령 내외와의 대화에서 3시간 동안 저는 단 10분밖에 말하지 못했습니다. 지도자가 권위를 지나치게 내세우게 되면 직언을 할 사람이 없게 되죠. 김대중대통령에게도 이런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7월3일부터 일본을 약 1주일간 방문하고 8월에 미국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전승훈기자〉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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