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만에 찾은 「아버지 이름」…6·25전사 최근 확인

  • 입력 1998년 6월 5일 19시 30분


50년 6·25전쟁과 98년 서울가정법원.

반세기에 가까운 세월이 지난 지금도 전사한 아버지를 법적으로 소생시키기 위해 법원의 도움을 받는 사람들이 적지않다.

김모씨(49)와 김씨의 누나(53)도 그런 사람들. 이들은 6·25전쟁 와중에 아버지를 잃었다. 강원도 어느 면소재지 경찰지서장으로 근무하다 전사한 것.

아버지의 생사를 알 수 없어 호적이 없는 상태로 지내던 남매는 94년에야 ‘아버지’칸을 비워둔 채 일가(一家) ‘창립신고’를 했다.

97년의 어느날. 남매의 어머니는 한처럼 품어온 안타까운 진실을 유언하듯 털어놓았다.

“지금까지 내가 거짓말을 했다.아버지는 전사하셨다.”

몇개월 뒤 김씨 남매는 가정법원에 “우리가 순직하신 그 분의 친자식들임을 확인해달라”는 소송을 냈고 법원은 최근 이를 받아들였다.

이들 남매는 반세기만에 호적에 자랑스러운 아버지를 올릴 수 있었다.

해방둥이 서모씨(53)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당숙부부가 호적상 친부모였다. 서씨의 아버지는 50년 7월 국방경비대 근무중 전사했다.

55년 12월에야 남편의 전사소식을 들은 서씨의 어머니는 시부모의 권유에 따라 아들을 당숙부부의 호적에 올렸고 65년 재혼했다.

서씨는 지난해 혼수상태에 빠진 어머니를 찾아갔다가 모든 비밀을 알게 됐다. 서씨는 최근 가정법원의 판결을 받고 ‘진짜 아버지’의 이름을 호적에 새겼다.

가정법원에 따르면 6·25와 관련한 비슷한 소송은 매년 10건 정도가 접수된다.

동족상잔의 비극은 세월따라 빛이 바래고 있지만 그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았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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